주44시간, 연봉 3500만원의 노사상생 일자리…갈등 불씨는 여전

입력 2019-01-31 18:16 수정 2019-01-31 18:25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광주 노동계가 31일 ‘광주형 일자리’ 모델인 완성차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하면서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근무조건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사민정이 추후 협의해 결정하도록 해 언제든 합의가 삐끗할 가능성을 남겼다.

이번 투자협약에서 광주시와 현대차는 광주합작법인의 1,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완성차 생산공장은 빛그린산단 내 약 62만8000㎡(19만평) 부지에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1000㏄ 미만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를 개발하고 신설 합작법인에 생산을 위탁할 예정이다.

핵심은 차량 생산대수 35만대(연간 최저 7만대)를 달성할 때까지 주44시간 노동시간에 초임 연봉 3500만원의 근로조건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기간동안 별도의 임금·단체협상 없이 임금 상승률은 경제성장률과 연동해 노사민정이 협의해 정해진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봉(9000만원대 초반)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고, 현대차 초임 5500만원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연봉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만2000명으로 추정되는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와 노사상생이라는 명분을 고려해 기업과 노동계가 한 발씩 양보해 타협한 결과다.

다만 현대차 직원들과는 주당 노동시간에 차이가 있고, 지방자치단체가 합작법인 직원들에게 보육시설 등 복지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격차를 줄였다. 기존 자동차산업 노동자보다 임금을 낮추는대신 광주시와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합작법인 직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협상 과정에서 광주시와 현대차는 신설법인의 조기 안착화를 위해 누적생산 35만대 달성까지 노사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연간 최저생산 7만대를 기준으로 임금·단체협상을 5년간 유예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이후 노동계가 이 규정을 유지하는 대신 부속협정서를 통해 가시적인 경영성과가 있을 경우 노사민정협의회가 유지기간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수용함으로써 최종 타결을 이뤄냈다.



하지만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의 반발과 부족한 자본금 유치가 만만찮은 과제로 남아있다. 이날 현대기아차 노조가 중심이 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광주시청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는 저임금 일자리로 고용효과를 부풀리고 지속가능성도 없는 정책”이라며 “광주 청년들의 기대를 담보로 한 정치적 퍼포먼스이자 사기”라고 비판했다.

부족한 자본금 유치도 시급한 문제다. 광주형 일자리에는 총사업비 7000억원(자본금 2800억원, 차입금 4200억원)이 필요한데 현재 조달된 금액은 광주시 590억원과 현대차 530억원 등 1120억원에 불과하다. 업계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나머지 금액을 조달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