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박김 잔혹사, 유시민을 불러낼까

입력 2019-02-05 05:00

여권 차기 대선주자들의 ‘잔혹사’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20년 집권론’이 나올 정도로 대선 후보군이 풍부했지만, 유력 주자들이 각종 악재로 추락하면서 당 외곽으로 시선을 돌리는 목소리도 많아지고 있다. 설 명절 이후 각종 여론조사 추이에 따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 외곽의 다크호스에 대한 언급도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5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이후 당내에서는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 등) ’ 징크스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안이박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처음 언급했다. 조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시중에 ‘안이박김 숙청설’이 회자되고 있다”며 “안희정·이재명을 날리고 박원순은 까불면 날린다는 말인데 소회가 어떤가”라고 질의했다. 조 의원은 ‘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김경수 경남지사가 예상과는 달리 법정구속되면서 ‘안이박김’이라는 ‘신조어’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지사의 구속은 당내에서도 거의 예상하지 못했다”며 “돌아보니 너무 마음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이박김’ 징크스의 시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젊고 중도적인 이미지로 지지층이 두터웠지만 ‘수행비서 성폭력 사건’으로 한순간에 추락했다. 민주당내에서조차 “사법적인 판결과는 별개로 정치적 재기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뚜렷한 진보 성향으로 지지층과 비토층이 엇갈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아내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소유주 아니냐는 논란으로 당내 친문재인(친문) 진영의 집중 공세를 받았다. ‘혜경궁 김씨’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한 글로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의혹은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지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셈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다른 주자들에 비해 정치적·도덕적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여의도 용산 개발’ 언급 이후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정책적 오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이박김’ 외에 여권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진보진영 차기 대선주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은 ‘국무총리’라는 직책에 따르는 ‘인지도’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많다. 또 민주당 내 지지 의원 그룹이 미약하다는 평가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열혈 지지층’이 형성되진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친노(친노무현)·친문 진영의 지지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쪽으로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이사장은 “선출직 출마는 없다”며 대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처럼 여권 내의 정치적 격변에 따라 그가 정치 복귀를 선언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유 이사장이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유튜브 방송을 활발히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정치 활동”이라며 “정치를 재개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