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을 위한 정류장 바람막이가 자치구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진화하고 있다. 아예 온돌의자를 설치하거나 자치구 역사적 의미를 담은 상징물로 공간을 꾸민 곳도 생겨났다.
서울 송파구는 버스정류장 바람막이 이름을 ‘정양막’으로 이름 붙이고 41개 버스정류소에서 선보였다. 백제 한성 도읍기의 역사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송파구가 2000년 전 백제 도읍이었던 만큼 지역 고유 역사를 주민들에게 홍보하겠다는 취지다. 명칭 역시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다. ‘정양(正陽)’은 해가 중앙에 있어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때를 의미한다. 한성백제시대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하사했다고 알려진 ‘칠지도’에는 바로 이 정양에 백번이나 단련한 강철로 칠지도를 만들었다고 새겨져있다. ‘정양막’ 전면에는 백제 기와 문양, 칠지도와 함께 설명이 함께 새겨졌다.
서초구는 ‘서리풀이글루’라는 온기텐트를 운영 중이다. 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추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150곳에 평균 40도의 ‘서리풀 온돌의자’도 설치했다. 특히 온돌의자에는 지친 주민들에게 힘을 솟게 해 주는 문구들이 새겨진 것이 특징이다. ‘다 잘될거야! 넌 참 괜찮은 사람이니까’ ‘힘내! 그리고 사랑해’ 등 11가지 메시지가 언 마음을 녹인다.
강남구는 ‘강남따숨소’라는 온기 텐트를 버스정류장 91곳에서 운영 중이다. 온실을 모티브로 한 꽃과 정원, 겨울 쉼터, 공감 등 7개 그래픽 테마를 적용해 따뜻한 이미지를 형상화 했다. 폭 1.8m, 길이 3.6m 규모로 설치돼 성인 10여명이 추위를 피할 수 있다.
재치 있는 명칭들도 눈에 띈다. 마포구는 온기텐트 이름을 ‘마포 온기나루’로 정하고 버스정류장과 교통섬 등 32곳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온기’와 마포의 상징인 ‘마포나루’를 합친 이름이다. 영등포구는 직원 참여로 이름을 공모해 ‘영등포근포근방’이라고 지었다. 영등포 주민을 포근히 감싸주겠다는 뜻이다. 중랑구는 ‘온기나누리’, 성동구는 ‘온기누리소’, 양천구는 ‘온기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기존 텐트형 이동식 구조물은 올해 서울 자치구에서 대부분 미닫이 형태 정류장 일체형으로 진화했다. 또 문은 미닫이문 형태로 제작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드나들 수 있으면서도 바람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디자인의 경우 텐트 안에서 버스를 기다리기 때문에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작된 것이 특징이다. 또 올해부터는 이 구조물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순찰 인력을 투입한 자치구들도 있다. 강풍이 예상될 때는 특히 순찰을 강화해 안전 확보에도 더욱 신경쓴다는 설명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