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버닝썬’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몰래 물뽕(GHB)을 먹이고 강간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술에 뽕을 타 여성을 강간하는 행위는 비단 버닝썬 만의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뽕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SNS 상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
물뽕은 물에 타서 먹는 히로뽕이다. 레이디 킬러(lady killer), 데이트 강간 약물(date rape drug)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부 남성들이 이 약을 이용해 여성을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든 뒤 성폭행하는 등 성범죄에 악용되는 일이 많아서다. 과다복용 시 뇌사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마약류다.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약물이지만 판매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SNS에 올라온 대화내용에 등장한 물뽕 판매상은 “작업용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라며 “세트로 구매하면 서비스도 주겠다”며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또 다른 대화 내용을 살펴보니 한 클럽 관계자는 “지금 사건이 사건인 만큼 당분간 여성흥분제 판매를 중단하겠다. 다들 입단속하고 제품 사용을 자제해달라. 그렇지 않을 경우 블랙리스트에 추가된다”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 대화방에는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버닝썬 사건 발생 전에 약물 판매가 일상적으로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2월 올라온 게시물에는 자신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물뽕 판매상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물뽕을 접할 수 있고 손에 쥘 수 있다는 의미다. ‘여성에게 먹여 흥분을 시키겠다’는 식의 발언도 공공연하게 했다. 남성들의 강간 문화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얼마나 폭넓게 퍼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 년 전 한 성인용품사이트에서는 물뽕 이벤트를 진행하기까지 했다. ‘핵폭탄 골뱅이표 작업제 1병 무료 증정’이라는 문구도 들어있다. ‘골뱅이’라는 단어는 특별히 크고 튀게 표현했다. 골뱅이란 술이나 약에 취해 마음대로 강간할 수 있는 여성을 가리키는 비속어다.
네티즌들은 명백한 성범죄가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반복된 현실에 분노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물뽕 같은 약물을 사용한 범죄나 성추행이 번번히 일어나도 클럽 측은 아무런 보호도 해주지 않는다. 일명 인형뽑기라고 높은 곳에 있는 테이블에서 여자가 지나가면 어깨사이로 손넣어서 낚아채 테이블에 앉히는 것도 클럽문화라고 한다. 이번 기회로 한국 유흥문화가 고발되어 많은 사람이 심각성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는 “GHB는 물뽕·최음제 따위로 불러서는 안된다. 약물을 이용하는 행위를 작업 등으로 표현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GHB는 강간약물이며 음주 상태나 약물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 시도는 명백한 강간이다”라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