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합의 이행률 70%

입력 2019-02-03 05:01
남북 정상이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역사적 합의(4·27 판문점선언)를 이룬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더 개최됐고,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도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판문점선언문'에 서명한 후 서로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판문점선언 당시 합의한 상항을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이미 완료됐거나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사항도 합의 후 4개월이라는 기간을 감안하면 이행률이 나쁘지 않다. 다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북·미 간 협상에 연동돼 있어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났다고 보긴 어려웠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는 각각 10개항과 13개항의 구체적 실천 계획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3일 현재 완료됐거나 상당한 진척이 이뤄진 조항은 판문점선언이 7개항, 평양선언이 4개항이었다. 이행률을 수치화하면 판문점선언은 70.0%, 평양선언은 30.8%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판문점선언 합의사항 가운데 완료됐거나 구체적 성과가 나온 항목은 ‘빠른 시일 내 남북 고위급 회담 등 각 분야의 협상 개최’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개성지역 설치’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 등 남북의 의의 있는 날을 계기로 한 민족공동행사 개최 및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공동 출전’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 및 8·15 계기 이산가족·친척 상봉’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등 중지’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가을 평양 방문’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계기 민족공동행사가 10·4 남북정상선언을 계기로 치러졌고, 장성급 군사회담도 한 달 늦게 열리긴 했지만 다소간 시차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과 연내(2018년) 종전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위한 다자회담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선언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뉴시스

평양선언은 지난해 9월 발표 이후 북·미 간 협상이 연말까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아직 이행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평양선언 합의사항 가운데 완료됐거나 구체적 성과가 도출된 항목은 ‘금년(2018년) 내 동·서해선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 개최’ ‘남북 환경협력 적극 추진’ ‘전염성 질병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 등 보건·의료 분야 협력 강화’ ‘10·4 남북정상선언 기념행사 개최’ 정도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공동 진출 및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는 현재 남북이 적극 추진 중이다. 북한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의 유관국 전문가 참관 하 영구 폐기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 합의안은 현재 북·미 간 핵협상의 핵심 의제로 협의되고 있다.
하지만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보수 및 조기 개소와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 정상화 문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맞물려 있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조속 가동 역시 위원회 구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방남키로 한 북한 예술단의 서울공연은 결국 해를 넘겼으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역시 아직 기약이 없는 상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