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30·뉴캐슬)이 축구 대표팀 은퇴를 공식화했다.
기성용은 30일 대한축구협회에 서신을 보내 “2019 AFC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라는 큰 영광과 막중한 책임을 내려놓으려고 한다”며 은퇴 의사를 전했다. 이어 “축구인생에서 국가대표는 무엇보다 소중했다”며 “그동안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한 대표팀에 대해서도 응원의 뜻을 나타냈다. 기성용은 “아시안컵에서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대표팀이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지만 벤투 감독님의 지도 아래 동료들과 후배들이 힘을 모아 극복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표팀을 응원하는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한국 축구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누구보다 기원하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의 은퇴와 별개로 향후 소속팀에서의 각오를 밝혔다. 그는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해 축구 선수로서의 경력이 끝날 때까지 팬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2008년 9월 5일 요르단과의 평가전을 통해 국가대표에 데뷔한 기성용은 2010 남아공월드컵, 2014 브라질월드컵, 2018 러시아월드컵 등 110경기의 A매치를 소화했다. 이는 차범근, 홍명보(이상 136경기), 이운재(133경기), 이영표(127경기), 유상철(124경기), 김호곤(124경기), 조영증(113경기)에 이은 역대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2015년 아시안컵부터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대표팀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이끌었다. A매치 외에 2012 런던올림픽 대표팀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2011~2012년, 2016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선수에도 선정됐다.
기성용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도 은퇴사실을 알렸다. 그는 “많은 분들께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변화를 이야기하시는 것에 동감을 하고 있다”며 “제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변화를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기성용은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했으나 조별리그 1차전 필리핀과의 경기 이후 햄스트링 부상으로 나머지 경기를 뛰지 못했다. 필리핀전이 그의 마지막 A매치가 된 것이다. 기성용은 소속팀으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난 28일 귀국 인터뷰에서 기성용의 은퇴와 관련해 “은퇴 의사를 밝히면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며 “그 선수가 없으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