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잦으니 온난화 허구라는 트럼프…美 언론에 뭇매

입력 2019-01-30 16:56 수정 2019-01-30 16: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2017년 탈퇴했다. 지난해는 미국 국립기상청의 기후변화 피해 보고서도 묵살했다. AP뉴시스


지구 온난화가 허구라고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 중서부를 강타한 혹한을 근거로 지구온난화를 조롱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구온난화에 관해 다시 한번 근거 없는 주장을 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아름다운 중서부 지역에 풍속냉각 온도가 영하 60도에 이르는 한파가 몰아친다. 앞으로 더 추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이 밖에서 몇 분 동안 계속 있을 수 없을 정도다.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된 건가. 빨리 돌아와라. 우린 네가 필요하다고!”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에도 트위터에 한파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고 썼다. 그가 평소 지구온난화를 부정한 것을 고려하면 다분히 조롱이 섞인 발언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날씨(Weather)와 기후(Climate)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발언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당장 날씨가 추워졌다고 기후 전체가 변화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기후변화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창밖을 내다보지 말아야 한다고 인터넷 매체 복스(VOX)가 전했다.

CNN방송은 미국 국립기상청(NOAA) 트위터 메시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 NOAA는 트위터에 “겨울 폭풍은 지구 온난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게 아니다”라고 썼다.

트럼프 행정부 산하 기관이 대통령과 정반대로 주장한 것이다. NOAA는 지난해에도 기후변화가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 인터넷매체 콰츠도 올겨울 미국 날씨가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할 만큼 날씨가 추웠다고 비꼬았다.

미국기상협회는 최근 기후변화가 북극권의 차가운 바람 덩어리에 영향을 줘 겨울 동안 미국으로 차가운 공기를 보낼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오히려 지구온난화가 갑작스러운 혹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NOAA에 따르면 이날 노스다코타주 수은주는 영하 32도였고 미네소타주의 경우 체감 온도가 영하 52도까지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0일에는 막대한 양의 눈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위스콘신에는 60㎝, 일리노이주에는 15㎝의 눈이 쌓일 예정이다.

이번 한파는 북극의 찬 기류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가 제트기류가 약화한 틈을 타 남하하면서 중서부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기상청 기상학자 리키 카스트로는 “역사적인 한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생명을 위협하는 기온이자 상황”이라며 “사실상 공공 보건의 위험으로, 시민들은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