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도 제비뽑기로 정했다”… 중년 女 동행한 ‘수상한 견학’

입력 2019-01-30 16:49
뉴시스

국내 선진지 견학에 신원미상의 여성들과 동행한 경북 상주원예농협 임원 중 1명이 양심고백에 나섰다. 현직 임원 A씨는 “견학 명목으로 중년 여성들을 태워 사실상 ‘묻지마 관광’을 갔다”고 말했다.

상주원예농협 임원 10여명은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다녀온 선진지 견학에 낯선 여성 10여명과 동행했다. A씨도 이 견학에 참여한 임원 중 1명이었다. 그는 “2016년 8월 8일 선진지 견학에 참여했다”며 “당시 중년 여성 10명이 동행했다”고 29일 중앙일보에 밝혔다.

A씨는 제비뽑기를 통해 파트너까지 정했다고 주장했다. 정해진 파트너가 목적지로 이동하는 관광버스에서부터 각 임원의 옆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술을 곁들여 저녁 식사를 하고, 노래방까지 갔다. A씨는 “동행한 여성들이 ‘접대부’는 아니다. 따로 돈을 내진 않았다”며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묻지마 관광을 원하는 여성들을 연결해줬다고 들었다. 임원들은 낯선 여성의 동행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견학의 목적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따른 신용사업의 위기극복 방안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수농협 벤치마킹 및 임원 단합대회’였다. 2016년 외에도 2017년 7월에 각각 하루 일정으로 견학을 다녀왔다. 임원들은 2번의 견학에 모두 여성들을 동행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묻지마 관광 의혹은 지난해 11월 30일 임원 10여명과 대의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예산총회에서 거론되며 불거졌다. 조합원들은 이 자리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들과 함께 견학을 갔다는데 공금은 어디에 사용했느냐”고 질책했다.

이에 한 임원은 여성들이 동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은 저희가 10만원씩 거둬서 지불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지난 14일 상주원예농협 회의실에서 열린 ‘임원과 노조와의 대화’에서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지자 한 임원은 “모 이사가 ‘(여성들과) 밥 한 끼 먹고 하자’고 해서 대동하게 됐다. 가정이나 원예농협을 봐서도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재차 사과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