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침 뱉고, 가위 던지고… 서슬 퍼런 한진家 이명희 폭력성

입력 2019-01-30 13:17 수정 2019-01-30 13:53
뉴시스

지금까지 드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70)씨의 폭력성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재벌가 사모에게 일개 직원들이란 그저 화를 분출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말 이씨를 상습특수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직원 9명에게 폭언·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씨에 대한 공소장을 30일 공개했다. 지금까지 “욕을 하며 물컵을 던졌다” 정도로 알려진 그의 폭력성은 아주 경미한 수준이었다.

한진그룹 일가의 갑질 사태는 지난해 4월 조현민(36) 전 대한항공 전무가 홍보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퍼부었다는 의혹에서 출발했다. 이후 한진 일가 전체에 대한 갑질 폭로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검경은 수사 끝에 조 전 전무의 어머니인 이씨의 범죄 혐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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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주로 운전기사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 그는 약속 시간에 늦을 조짐이 보이자 자신을 수행하는 운전기사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길가에 차를 세우라고 지시한 뒤 욕설을 내뱉으며 고성을 질렀다. 또 다른 운전기사에게는 ‘운전을 빨리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를 향해 컵을 던졌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순간에는 “누굴 죽이려고 (이러느냐)”며 운전석 시트를 발로 차기도 했다.

이씨는 주로 물건을 집어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생강 등 식재료를 충분히 구비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택 직원을 문지방에 무릎 꿇게 한 뒤 책을 집어 던져 왼쪽 눈 부위를 맞혔다. ‘걸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삼각자를 던져 턱 부위에 상해를 입히고, 40~50cm 정도의 밀대를 직원 이마 쪽으로 집어 던지기도 했다. 이런 행위는 늘 폭언을 동반했다. 화초를 심을 때 줄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안 나와서 줄도 못 맞추느냐”고 호통친 뒤 화초를 뽑아 직원의 눈에 던진 사례도 있었다.

특히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사례도 많았다. 철제가위나, 열쇠 뭉치, 단단한 화분, 칼날이 박혀 있는 스카치테이프 커터기를 던진 적도 있었다. 한 번은 던진 난 화분이 깨지지 않자 다시 가져오라고 한 뒤 직원을 향해 던져 깨뜨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로 차는 행위도 일상이었다. 공소장에 세 차례나 등장한 폭력은 직원의 허벅지를 발로 차는 행위였다. 자택에 있는 신발장을 청소할 때 기름을 많이 묻혔다는 이유에서 행해진 폭력이었다. 이씨는 또 자택 직원이 3m 높이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을 하고 있는데 ‘행동이 굼뜨다’는 이유로 사다리를 걷어찬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폭언·폭행과 별도로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도 이씨를 기소했다. 지난달에는 인천본부세관이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이씨와 두 딸을 검찰에 송치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