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인터넷 대형 커뮤니티에는 지난 28~29일 경찰대학에서 이뤄진 ‘경찰청 사회복무요원 신임교육’에서 상황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남성 일반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부적절한 교육이 이뤄졌다는 제보 사진이 오르내렸다.
사진을 보면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 더 많을까요?’라는 질문 아래 ▲밤길을 가는데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때문에 무서웠던 적이 있다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까봐 불안한 적이 있다 ▲혼자 있는데 택배가 오면 문을 열기가 주저된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남성 네티즌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젊은 남성인 사회복무요원들을 상대로 한 교육에서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로, 여성은 피해자로 일반화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제보 사진에는 ‘일상의 문제부터 점검’이라는 제목 아래 ▲호칭(시댁, 도련님, 아가씨, 처가, 처형, 처남, 처제) ▲명칭(유모차→유아차, 출산율→출생률, 처녀작→첫작품, 자궁→포궁) 등의 내용이 있다.
시댁이나 도련님, 처남, 처제 등 호칭에 대한 문제는 여성가족부가 가부장적이라며 양성이 평등한 호칭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여성부는 최근 제3차 건강가정 기본계획(2016~2020)에 포함된 2019년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가부장적인 호칭 문제를 포함했다. 도련님이나 아가씨, 처남이나 처제 등 성별에 따른 비대칭적 호칭을 설문조사 등을 통해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유모차를 유아차 등으로 바꾸자는 내용은 서울시가 지난해 6월 제시한 ‘성평등 언어사전’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성차별 언어를 개선하자며 시민들이 제안한 608건의 의견 중 1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직업 앞에 ‘여’자를 붙이는 것 ▲학교명 앞에 ‘여자’를 넣는 것 ▲여성의 대명사를 ‘그녀’로 표현하는 것 ▲처음 한다는 표현으로 ‘처녀’를 쓰는 습관 ▲유모차는 엄마만 사용한다는 인식을 주는 것(‘유아차’로 대체) ▲‘저출산’으로 적어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저출생’으로 대체)▲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범죄’로 대체) ▲미혼(‘비혼’으로 대체) ▲자궁(세포를 품은 집이라는 뜻의 ‘포궁(胞宮)’으로 대체) ▲몰래카메라(‘불법 촬영’으로 대체) 등의 성차별적 단어 등이 포함됐다.
네티즌들은 성차별적 호칭이나 명칭을 개선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신임 사회복무요원을 교육하는 자리에서 굳이 이런 내용을 장시간 설명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인터넷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우리가 낸 세금을 저런 교육에 쓴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 “호칭은 일부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저런 곳에서 할 교육은 아니지”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강연에 나온 호칭이나 명칭을 개선하자는 주장은 그야말로 권고사항이거나 제안일 뿐이다. 아직 행정적·법률적 용어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시 성평등주간(7월 1~7일)을 맞아 시민 의견을 간추려 발표한 것이고 일종의 제안일 뿐”이라면서 “저출산을 저출생으로 바꾸자는 제안의 경우 받아들이겠다는 방송사가 있긴 하지만 관공서에서 이를 전폭적으로 받아들이고 교육한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