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진태 “나는 극우 아니다…나머지가 왼쪽으로 갔을 뿐”

입력 2019-01-29 19:20 수정 2019-01-30 05:01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책상에 놓인 태극기와 성조기·유엔기에 대해 김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병주 기자


김진태(55) 자유한국당 의원은 2·27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당권 주자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동시에 이념적으로는 가장 오른쪽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극기 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한 그의 지난 23일 당대표 출마 선언 때에는 태극기 부대를 중심으로 한 지지자들이 출마 선언장인 국회 본관 앞에 운집했다. 이미 수많은 태극기 부대가 김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한국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전당대회 최대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2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가만히 있으면 한국당이 좌파 정당이 될 것 같아 출마를 결심했다”며 “한국당이 ‘중도’라는 산토끼만 찾아 헤맬 게 아니라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과 가치를 갖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권 도전과 관련해 “2017년 대선 경선에서 제가 2등을 했다. 2년간의 내공이 쌓였는데 지금도 2등 하려고 나온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저는 극우가 아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격랑을 거치는 과정에서 저를 제외한 보수 정치인들이 좌(左)클릭하다 보니 제가 어느새 오른쪽 끝에 남아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촛불은 꺼졌다”면서 “지금 문재인정권도 언젠가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대표 출마를 결심한 계기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 직후 김성태 원내대표가 우리 자신을 ‘수구와 적폐, 국정농단의 원죄’라고 지칭하며 새로운 보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걸 보고 ‘완전히 한국당을 좌파 정당으로 만들자는 얘기구나. 큰일 났다’ 싶었다. 그때부터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김 의원이 한국당 대표가 되면 당이 중도층 표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 2년간 ‘산토끼(중도)’ 잡으려고 뛰어다닌 결과가 어땠나. 그동안 시행착오 겪었으니 이제는 집토끼, 산토끼 눈치 보지 말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과 가치를 갖고 확고하게 싸워야 한다.”

-당내에서는 ‘보수통합’과 ‘반문(반문재인)연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바른미래당과 당 대 당 통합은 불가능하다. 백기 투항을 하며 들어오는 의원은 받을 수 있지만, 유승민·하태경 의원은 안 된다. ‘반문연대’ 역시 말은 좋지만, 그 말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탄핵을 반대하고 당을 지켰던 사람들이 ‘과거는 묻지 않겠다, 힘을 합치자’고 해서 추진해야 가능한 것이다.”

-강성 친박계로 분류되는데.
“저보고 항상 ‘친박’이라 부르지만 사실 저는 탄핵 정국 때부터 친박으로 불렸다. 그전에는 친박에서도 저를 잘 끼워주지 않았다. 특별히 덕을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할 때 저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는데 당시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었다. 이제 친박이란 존재 자체가 없으니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박·비박 이런 명칭도 땅에 묻어버려야 한다.”

-세간의 ‘극우’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제가 인종차별이나 테러를 한 적이 있나. 저에게 극우라는 말은 가당치 않다. 다만 과거에는 우리 당에도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탄핵이라는 격랑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부분 중도나 좌파 쪽으로 가버리고 저만 제자리에 남았다. 어느 날 일어나보니 제가 제일 오른쪽 끝에 남은 것이지, 제가 오른쪽으로 간 것은 아니다. 저마저 왼쪽으로 간다면 모든 사회가 좌경화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 기준점을 지키며 투쟁할 것이다.”

-과거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질 것’ 발언을 비롯해 화법이 다소 직설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촛불은 이미 꺼졌다. 박근혜정부를 가리켜 ‘국정농단’이라고 칭했지만 지금 문재인정부가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추게 한 것만 해도 지난 정부의 수십 배에 달하는 국고 손실을 유도했다. 차후에 반드시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제가 2012년부터 7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이슈와 쟁점에 대해 목소리를 냈는데 ‘황희 정승 폄하 논란(2015년 ‘성완종 게이트’에 연루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옹호하면서 ‘황희 정승도 간통과 뇌물 등에 휩싸였지만 명재상으로 남았다’고 발언)’을 제외하고는 발언을 취소한 적은 없다. 정치인이 확실한 자신감과 논리를 갖고 국민을 설득해야 하지 않나.”

-당권 경쟁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평가는.
“황 전 총리는 보수 우파의 훌륭한 자산이다. 요즘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지만, 부디 ‘제2의 반기문(전 유엔 사무총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대표가 될 경우 내년 총선을 지휘해야 하는데 필승 전략이 있나.
“결국 공천이다. 사천(私薦)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공천(公薦)을 해야 한다. 저는 탄핵 정국 이후에야 친박 프레임에 들어간 사람이기 때문에 친박에 대한 빚이 없다. 당대표가 되면 대여투쟁력을 제1 척도로 공천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했던 조직위원장 인선의 상당 부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