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9일 페이스북에 “김복동 할머니께서 어제 영면하셨다. 흰 저고리를 입고 뭉게구름 가득한 열네 살 고향 언덕으로 돌아가셨다”며 “할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문 대통령은 “1993년 할머니의 유엔 인권위 위안부 피해 공개 증언으로 감춰진 역사가 우리 곁으로 왔다”며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께서는 피해자로 머물지 않았고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며 역사 바로잡기에 앞장섰다”며 “(재일)조선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다른 나라 성폭력 피해 여성들과 연대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는 일에 여생을 다하셨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병실에서 뵈었을 때, 여전히 의지가 꺾이지 않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를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살아계신 위안부 피해자 스물세 분을 위해 도리를 다하겠다”며 “할머니, 편히 쉬십시오”라고 글을 맺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4일 오전 김 할머니를 문병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에 김 할머니가 몸이 아파 참석하지 못하자 직접 병원을 찾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쩐 일로 오셨냐”는 김 할머니의 질문에 “제가 오늘 점심때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모셨는데, 우리 김복동 할머님이 청와대에 오실 수 없는 형편이 돼서 제가 먼저 찾아뵈러 왔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문 대통령에게 “복잡한 시기에 우리들이 기다려줘야 하는데, 우리도 지금 나이가 차서 오늘 내일이 바쁘다. 대통령께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빨리 쾌유하시기를 바라는 국민이 많다”면서 “빨리 쾌유하셔서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고 진실을 찾고 정의를 회복하는 중심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원한다. 힘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병문안 후 약 1년 만에 김 할머니는 영면에 들었다.
김 할머니는 노화로 인한 합병증으로 28일 오후 10시 41분쯤 숨을 거뒀다. 향년 93세. 1926년 3월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만 14세가 되던 1940년 위안소로 끌려갔다. 이후 8년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에 끌려다니며 피해를 입고 1947년 귀국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김 할머니는 1992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 증언한 것을 시작으로 여생을 인권운동에 바쳤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