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의 평화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면서 미군이 철군 이후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 정부군을 향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하고 비인도적인 사태를 벌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28일(현지시간) 아프간 반군 탈레반과 내전 종식을 위해 진행한 협상에 대해 “평화협상은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 특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지난 21일부터 6일간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평화 협상을 벌였다.
미국과 탈레반은 이 협상에서 아프간 내 현지 주둔 외국군을 18개월 이내에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섀너핸 대행은 국방부가 완전한 철군 계획에 대한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익명의 미국 관리도 로이터에 “타임라인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탈레반은 이번 협상 내용을 검토한 뒤 다음 달 25일 후속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미군 철군 반대파들은 미국과 탈레반의 휴전협정이 미국과 북베트남의 휴전협정과 비슷한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했다. 베트남전 당시 남베트남은 미군의 지원을 받아 북베트남에 맞섰다. 하지만 미군이 북베트남과 협정을 체결하고 철수하자 곧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실제로 아프간 정부가 장악한 지역은 최근 아프간 전체 영토의 56%까지 줄어들었다. 2015년에는 아프간 정부 장악 지역이 72%에 달했지만, 탈레반이 점차 세력을 키우면서 영토를 잃었다. 미국 내에는 아프간 정부군도 탈레반 반군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아프간 정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배제하고 협상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28일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에 귀 기울여 아프간 정부와 진지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며 “17년간의 아프간 전쟁을 끝내는 협상은 아프간이 주도하고 아프간이 소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또 “우리는 강력한 조치를 주장한다. 유엔이 모하마드 나지불라 대통령에게 평화를 보장했지만 결국 재앙이 닥쳤던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지불라 대통령은 소련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을 이끌고 아프간 반군 조직에 맞섰던 인물이다.
하지만 반군의 공세에 견디다 못한 소련이 철수하자 무자헤딘에 축출됐다. 그는 수도 카불의 유엔 지역에 몸을 의탁했으나 1996년 무자헤딘에서 파생된 탈레반 반군에게 붙잡혀 처형됐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