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된 손흥민, 그래도 쉴 틈이 없다

입력 2019-01-30 13:00
뉴시스

날카로운 창을 잃었던 토트넘 홋스퍼의 숨통이 트였다.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 차출됐던 손흥민이 한국의 조기 탈락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팀에 합류하면서다.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는 각각 발목 부상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3월 초까지 출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의 합류는 천군만마와 같다.

토트넘은 31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5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에서 왓포드와 홈경기를 치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28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0대 2 패배로 끝낸 뒤 손흥민의 출전을 예고했다. “그는 27일 아침부터 우리와 함께 훈련했다. 아시안컵에서 3경기를 치렀고 지쳐있다. 왓포드전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4위에 있는 첼시가 승점 4점 차로 맹추격을 하는 이상 쉬어갈 시간은 없다. 전력투구해야 한다.

상대는 만만치 않다. 지난 시즌 강등권과 승점 8점 차인 14위로 잔류한 왓포드는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시즌 초반 연승가도를 달리며 리그 최상위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경기력 난조를 겪으며 초반 돌풍은 오래가진 못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빅 6’ 바로 아래인 7위에 위치해 있다. 23경기에서 32득점 32실점으로 공수 밸런스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토트넘을 상대로 자신감이 있다. 지난해 9월 자신들의 홈에서 치른 시즌 첫 대결에서 2대 1로 꺾은 바 있다. 자비 그라시아 감독은 토트넘을 꺾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7위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손흥민이 정상적으로 팀 훈련에 복귀했지만 선발로 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본인도 체력적 부담에 대해 호소했던 만큼 지쳐있다. 지난 14일 맨유전(0대 1 패)을 마친 뒤 곧장 UAE로 날아가 16일 중국전을 풀타임 가까이 소화했다. 이후 바레인과의 16강전(2대 1승)에서 연장전 120분,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도 90분을 뛰었다. 잉글랜드로 돌아오며 장시간 비행과 시차 적응까지 겪어야 했다. 에릭 라멜라와 루카스 모우라가 선발 공격진을 구성하고 손흥민은 백업 요원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함께 팀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있다. 크리스털 팰리스에 패해 FA컵에서 탈락하기 직전 24일 첼시와 리그컵 준결승 2차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불과 5일 사이에 우승 가능성이 있던 두 개의 대회를 마감한 셈이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에서 손흥민이 일주일가량 빠르게 돌아왔다는 것이 토트넘으로선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겨진다.

케인과 알리가 없는 이상 공격진을 책임져야 한다. 왓포드전 이후 내달 2일 뉴캐슬전, 10일 레스터 시티전 등 프리미어리그 3경기를 연속으로 안방에서 한 뒤 14일 독일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역시 앞두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손흥민의 2월이 시작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