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신병과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항의했다. 일본 정부가 곤 회장을 보수 축소 등의 혐의로 체포한 뒤 너무 오랫동안 가혹하게 구금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1 방송 등 프랑스 언론은 28일(현지시간) 전날 이집트를 방문 중이던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르노와 닛산 관련 질문을 받자 아베 총리와 르노·닛산이 처한 상황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르노·닛산) 연합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양사의 연합 관계가 현재와 같은 균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면서도 “곤 전 회장의 구금 기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고 여건도 가혹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본의 사법절차 안에서)우리가 기대하는 최소한의 품위를 프랑스 국민이 지킬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닛산 회장으로서 보수를 축소 기재한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곤 전 회장은 일본 검찰이 그의 구속 기간을 계속 연장하는 바람에 2달 넘게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 법원도 곤 회장의 보석 신청을 연이어 기각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마크롱 대통령 발언에 대해 “두 정상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곤 회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법원 명령 등 적법 절차를 거쳐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르노는 닛산 주식의 43.4%를 보유하고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의 경영권을 틀어쥐고 있다. 곤 전 회장이 체포된 것은 그가 3사의 완전 통합을 추진하려 하자 일본 경영진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곤 전 회장이 체포된 후 르노와 닛산은 물론 프랑스 정부와 일본 정부까지 나서서 3사 경영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의 15.01%를 가지고 있고 일본 정부는 3대 일본 자동차 기업인 닛산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곤 전 회장은 최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르노는 지난 24일 이사회에서 회장에 타이어제조사 미슐랭(미쉐린)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장도미니크 세나르를 선임했다. CEO에는 티에리 볼로레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