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심장 없이 돌아온 남편 시신… 절대 ‘자연사’ 아냐”

입력 2019-01-29 10:32 수정 2019-01-29 16:47
게티이미지뱅크

멕시코에서 한국 교민이 지인과 몸싸움을 하다 지난 2일 숨졌다. 유족은 사인이 된 뇌출혈의 이유로 외부 충격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현지 당국은 자연사로 판단했다. 유족은 반발하며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재부검을 요청했다. 하지만 멕시코에서 돌아온 시신에는 뇌, 심장 등 주요 장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장기가 없으니 제대로 된 부검을 할 수 없었다. 멕시코는 왜 시신에서 장기를 적출해 돌려보냈을까.

경찰청에 따르면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멕시코 교민 A씨(35)는 현지에서 한국 지인 2명과 술을 마신 후 시비가 붙었다. 몸싸움으로 번졌고 끝내 숨졌다. 현지에서 A씨의 시신을 살핀 부검의는 자연사라고 판단했다. 멕시코 부검의는 “외부 충격에 의한 뇌출혈은 아니다”라는 소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족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 A씨가 몸싸움 도중 머리에 외부 충격을 받아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일보 28일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시비가 붙었던 지인에게 뺨을 맞았다. 그러다 뒤엉켜 바닥에 쓰러졌다. 폭행 당한 뒤 쇠기둥에 머리를 부딪히는 장면도 CCTV에 포착됐다고 한다.

유족은 멕시코 현지 부검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시신을 인계받은 뒤 한국 국과수에 재부검을 요청했다.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그의 몸엔 장기가 없었다. 뇌, 심장 등 주요 장기를 멕시코 병원에서 모두 적출한 상태였다. A씨의 사인이 뇌출혈이었기 때문에 뇌를 부검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뇌가 없으니 한국 국과수에서도 정확한 소견을 내놓을 수 없었다. 적출된 장기는 멕시코 부검소가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과수는 신체 곳곳에서 멍을 발견했다. 왼쪽 뺨에는 외부 충격에 의한 타박상도 있었다. 멕시코 부검 결과와는 상반된다.

A씨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국과수에서 외상 흔적이 많다는 소견을 냈으나 정확한 사인은 뇌를 검사해야 알 수 있다고 한다”며 “하지만 멕시코 병원에서 뇌와 위를 보내지 않아 사인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멕시코 경찰은 자연사라며 가해자 2명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뇌와 위를 받으려면 멕시코 정부를 움직여야 하는데 하루가 급하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유족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에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현지 우리 대사관 경찰 영사는 ‘수사권이 없다’고만 한다. 외교 당국은 한국 국과수 부검의를 멕시코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멕시코 측은 한국의 요청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에서 범죄가 일어난 경우 한국 경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다. 수사권은 현지 경찰에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국의 사법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수사할 수는 없다”면서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현지 경찰을 상대로 조치를 취할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