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대표팀 감독은 100경기 달성을 앞두고 있었다. 오는 1일(이하 한국시간)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결승에 진출하면 가능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지난 8년을 함께해온 이란 축구대표팀과 작별을 할 예정이었다.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차기 행선지는 콜롬비아가 될 전망이다. 떠나기 전 마지막 고별전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것. 케이로스 감독이 생각했던 이란과의 작별 선물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그 꿈을 깨고 말았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대표팀은 28일 UAE 알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9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3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상대가 심리적으로 혼란했던 틈을 놓치지 않은 오사오 유야가 멀티 골을 기록하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양 팀의 전반전은 일진일퇴 양상으로 흘렀지만 골이 터지지 않았다. 0-0으로 끝났다. 후반 11분 일본이 균형을 깼다. 미나미노 타쿠미가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오사코가 정확한 헤딩슛으로 연결해 이란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란 선수에게 걸려 넘어진 미나미노가 잽싸게 일어나 크로스를 올린 반면 이란 수비진은 심판을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었다.
일본은 후반 22분 페널티킥으로 추가 골을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미나미노의 크로스가 이란 선수의 손에 맞아 페널티킥으로 이어졌고, 오사코가 침착하게 성공했다. 일본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하라구치 겐키(하노버)의 세 번째 골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이란 선수들은 패색이 짙은 경기 막판 위험한 플레이와 과도한 신경전으로 매너에서도 완패했다.
이란은 1976년 대회 이후 43년 만에 결승전 진출과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8강전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쳤지만, 결승 직전 마지막 문턱에서 3골을 내주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아시아 정상급 팀으로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지만 끝내 우승 타이틀을 얻어내진 못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쓸쓸한 작별 인사를 전했다. “많은 얘기할 것 없다. 순진한 실수로 골을 허용한 게 뼈아팠다”며 첫 실점 장면을 복기했다. 이어 “서로 다른 스타일이 균형을 이룬 경기였다. 실수로 골을 내주자 감정적으로 무너졌다. 그래도 내 선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일본에 축하를 건넨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년을 회고하며 내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그들이 자랑스럽다. 우리는 서로를 믿으며 지금까지 왔다. 이란 축구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덕분에 이란을 좋은 시각으로 세계에 알릴 수 있었다”라며 안녕을 고했다. 100경기 달성을 앞뒀던 그의 꿈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