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마제’‘노빌리티’ 실거래가는… 연예인 아파트에 집중되는 관심

입력 2019-01-28 16:54

2017년부터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면서 연예인들의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마저 바꿔 놨다. 연예인이 서울에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소식이 나오면 ‘노력의 결실’이라는 호평과 함께 해당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거론됐다.

28일 인터넷 검색어 순위엔 아파트 하나가 한 자리를 차지했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막내 정국(본명 전정국)이 지난해 10월 매입했다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트리마제아파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997년 9월생으로 올해 만 22세인 정국은 이 아파트 네 개동 중 가장 면적이 작은 동의 10층대에 19억5000만원을 주고 한 채(69.72㎡, 21.09평)를 매입했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별도의 대출 없이 현금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는 이미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이돌 중에선 슈퍼주니어 멤버인 최시원, 김희철, 이특, 은혁, 동해뿐만 아니라 소녀시대 써니, JYJ 김재중, 하이라이트 용준형과 걸스데이 유라 등이 살고 있다. 배우로는 서강준, 박시후, 전혜빈, 김상중, 연우진, 김지훈, 김지석 등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4개동 688세대로 구성된 프리미엄 주거 공간으로 접근 가능성이 용이한 도로와 한강을 볼 수 있어 연예인이나 정·재계 인사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국의 아파트 매입 소식에 팬들은 “열심히 살았다”, “재테크는 역시 부동산” 등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 주말에는 또 다른 아파트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완공된 동작구 상도동 노빌리티라는 아파트로 25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언이 이 아파트로 이사 가는 내용이 그려졌다. 그의 아파트 입주는 말 그대로 성장기인 동시에 성공기였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이시언은 9년간 부은 청약통장으로 1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분양을 받았다. 타지 생활이 힘들 때면 공사 현장을 찾아 입주를 꿈꾸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이시언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위로를 받기도 했다.

이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것도 아파트 가격이었다. 880세대 이 아파트는 역세권이라 이시언이 분양받았을 당시보다 현재 시세가 두 배가량 뛰었다.
네티즌들은 “숨만 쉬면서 10억을 번 1얼(이시언의 별명)의 신박한 재테크”라고 불렀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아파트 매입에 시선이 쏠린 데는 강남 3구를 중심으로 불어 닥친 부동산 광풍이 한몫했다. 문재인정부는 부동산 가격 거품을 잡겠다며 정권 초기부터 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 대책을 비웃듯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오히려 청약조건을 수정하고 대출은 깐깐해지면서 서민들의 아파트 구매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1982년생인 이시언이 분양을 받았을 당시 나이는 32세였다”면서 “지금 변경된 청약제도로는 이시언이 아무리 9년 동안 빠지지 않고 청약통장에 돈을 넣었다 해도 서울에서 이 정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학부모와 직장인 등의 금융 현주소를 담아 내놓은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를 보면 서울 시내 아파트를 사는데 걸리는 시간은 20.7년이었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전셋집에 살고 있는 결혼 3년차 직장인 A씨는 “연예인들이 열심히 한 것은 알고 있지만 거액의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박탈감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