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 대신 카타르를 응원해 구설에 오른 방송인 이매리가 “카타르를 응원한 것은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며 “한국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을 때 카타르가 저를 받아줬다”고 밝혔다.
이매리는 28일 “저는 2014년, 2015년부터 카타르를 응원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경기가 있을 때도 카타르 응원석에서 카타르를 응원했다”면서 “모두 ‘참아라, 네가 이해해라’라고 말했을 때 오히려 카타르만이 저를 지지해줬다”고 OSEN에 밝혔다.
이매리가 카타르를 응원하게 된 사연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한 사극 드라마에 기생 역할로 캐스팅됐다. 제작진은 이매리에게 전통 악기인 ‘오고무’를 배우라고 요구했다. 매일 연습에 매진했지만 촬영은 자꾸만 미뤄졌다. 촬영이 언제 시작될지 몰라 연습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이매리는 결국 어깨가 파열되고 무릎에 물이 차는 부상을 입었다. 후유증으로 부신피질호르몬저하증이라는 병까지 얻었다.
드라마 제작진은 이매리의 부상을 외면했다고 한다. 이매리는 제작진이 “우리는 보험에 안 들었으니 다른데 발설하지 말아라”라며 출연료 지급만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매리가 이 일로 힘들어하던 중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편안히 눈을 감지도 못한 것 같아 심적 상처가 컸다고 했다.
이매리가 카타르에 애착을 갖게 된 것도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가 생전에 중동 지역 건설 현장에서 7년간 근무했던 터라 카타르는 심적으로 가까운 나라였다.
이매리는 “2014년 아시안게임 당시 카타르 선수들이 먹을 음식이 없어 고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후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사비를 들여서 여러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매리는 카타르 수교 40주년을 맞아 카타르 월드컵 성공 개최 콘서트 진행을 맡았고, 카타르 월드컵 민간 홍보대사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카타르와 일하면 즐겁고, 아이디어가 매일 샘솟는다”고 했다.
이매리는 한국 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도 드러냈다. 드라마 제작진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란다고도 했다. 이매리는 “최근까지도 저를 향한 협박과 압박이 계속됐다”며 “제가 원하는 것은 진실한 사과뿐”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