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절반은 반페미니즘… “성 차별≠여성 차별”

입력 2019-01-28 15:23 수정 2019-01-28 15:43
게티이미지뱅크

20대 남성 절반이 반페미니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4일 ‘성불평등과 남성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20대 남성 절반이 적대적 성차별주의에 기반해 여성을 남성보다 약하거나 배려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한여정은 19~60세 남성 3000명(2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에게 최근 돌풍이 된 페미니즘과 성평등 정책을 묻고 의견을 청취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은 성불평등 사회가 남성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성평등 사회를 위해 남성의 지지와 참여가 얼마나 필요한지 밝혀내기 위해서다.

연구진은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비난하거나 여성의 역할을 나눠 정의하는 성차별주의를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고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에 대한 적대적이고 반감이 큰 상태)▲온정적 가부장주의(여성을 약자이자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남성의 권력에 도전하지 않는 여성을 보호와 애정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상태) ▲반성차별주의(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에 대한 적대감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매우 낮은 상태)로 분류했다.

그 결과 20대 남성 절반 이상(50.5%)이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상태로 집계됐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페미니즘 성향을 지닌 남성들은 특히 자신의 권력이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여성에게 반감을 갖고 있었다. 이런 성향은 30대 38.7%, 40대 18.4%, 50대 9.5% 등 나이가 많아질수록 낮아졌다.

전체 응답자로 범위를 넓혀보면 ‘온정적 가부장주의’ 성향의 남성이 44.4%로 가장 많았다.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성향의 남성은 28.4%, 반성차별주의는 27.7%였다.

연구진은 “20대 남성에게 여성은 이미 충분히 남성과 동등한, 때로는 더 많은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처럼 인식된다”며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남성을 혐오하고 공격하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성불평등 문제는 주로 여성의 삶의 측면에서만 논의되면서 남성에 대한 관심은 주변화 됐다”며 “성평등을 위한 논의에서 ‘잃어버린 한 조각’으로서 남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성차별 문제에 관심 있지만… 여성이 차별 받고 있진 않아”

이번 조사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성차별 문제에 대한 남성의 관심도와 여성에 대한 차별 인식 수준의 상관관계다.

남성의 67.1%는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73.3%)가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이 심각하다’는 문항에는 절반에 못 미치는 49.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즉, 남성에게 있어서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과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는 달랐다.

특히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았던 2030세대의 응답이 흥미롭다. 20대는 42.5%, 30대는 48.8%만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성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있다는 응답이 70%대를 기록했으니 약 30%포인트 낮은 수치다. 따라서 남성이 관심을 보이는 성차별 문제는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가 아닌 셈이다.

20대 남성은 여성과 관련한 정책에도 별다른 지지를 보이지 않았다. 50대의 경우 절반 이상(56.5%)이 여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나 20대는 21.1%만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연구진은 “20대는 전통적 남성성의 변화를 빠르게 경험한 세대로 적대적 성차별주의와 반페미니즘 성향이 강하다. 다른 연령대보다 여성 정책에 대한 지지가 낮은 것은 성평등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 접근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10대 때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을 통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성평등의 의미와 남성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학 내 페미니즘 교육이나 성평등 기구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청년의 성평등 정책 활동을 지원하고 친페미니스트 남성을 중심으로 성평등 시범사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