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檢, MB정부 민간인 사찰 수사 부실… 공수처 설치해야”

입력 2019-01-28 10:23 수정 2019-01-28 10:27
뉴시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에 대한 당시 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권력에 대한 소극적 수사와 진상은폐 등 그동안 지적돼 온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엄정한 검찰권 행사를 위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21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 받은 뒤 이날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은 2010년 국회에서 촉발됐다. KB 한마음 대표였던 김종익씨가 블로그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자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김씨를 불법사찰해 대표에서 사임하도록 하고 경찰에 압력을 가해 수사하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검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사건 진상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거사위는 먼저 당시 지원관실이 경찰에 압력을 행사해 김씨의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도록 한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김씨의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면서 혐의없음으로 내사를 종결했다가 다시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 지원관실의 압력이 개입했고 형법상 강요, 직권남용,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009년 3월 전의 일이어서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봤다.

아울러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진 후 진행된 검찰 수사가 부실하고 미진했다고 결론냈다. 1차 수사에선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데도 지원관실 압수수색이 늦었고, 당시 피의자였던 지원관실 공무원들의 대포폰 관련 수사결과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지원관실 파견 직원으로부터 임의제출 형식으로 건네 받은 USB에서 민간인 불법사찰을 의심해볼 수 있는 다수의 문건이 있었음에도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찰 수사가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2차 수사때도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검 중수부가 수사 진행중인 사건의 USB를 중앙지검 수사팀과 협의 없이 가져간 것에 대해서도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이와 관련해 공수처 설치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비선조직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 수사와 진상은폐는 그간 지적돼 온 검찰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사지휘권 행사기준 마련 및 이의제기절차 도입과 기록관리제도 보완, 배당 후 사건 방치 방지 제도 마련 등을 권고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에서 보관중이던 USB가 대검 중수부로 전달된 것과 관련해 감찰 또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발표와 관련해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던 최재경 변호사는 “과거사위 조사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최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중앙지검 수사팀으로부터 복수의 USB를 전달받아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에 분석 의뢰를 맡겼다”며 “그 뒤에는 절차에 따라 대검 과수기획관실이 포렌식한 뒤 수사팀에 자료를 인계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대검 중수부는 그 과정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