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에 반대해 장벽 건설을 고집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인 소유 리조트에서는 불법 노동자들을 오랫동안 고용했던 것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소재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이 지난 18일 중남미 출신 직원 12명에 대해 ‘미등록 외국인’임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의 변호사 아니발 로메로 변호사 WP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중지) 와중에 해고된 이들 직원 12명은 대부분 2005년부터 근무하는 등 10년 넘게 일해왔다”면서 “리조트 매니저는 이들이 불법 체류자로 위조서류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그동안 우수 사원으로 선정돼 상금을 타는가 하면, 몇몇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로 골프장 경영을 맡은 에릭 트럼프의 주말 별장의 관리를 맡을 정도로 신뢰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기사에 대한 WP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WP는 이번 사태가 이민에 대한 트럼프의 공개적 입장과 사적 행태 사이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WP는 “트럼프는 대중 앞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임금을 떨어뜨려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국경 장벽을 요구하면서, 셧다운 사태가 길어지자 국가 비상사태 선언을 고려했다”면서도 “하지만 웨스트체스터 골프 클럽에서 보듯 트럼프는 미등록 외국인들을 싼 값으로 고용해 이득을 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리조트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해 이득을 봤다는 보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중남미 출신 미등록 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소재 골프장에서 수년 간 일해왔다”며 “골프장은 이들을 고용하기 위해 허위문서를 얻을 수 있도록 돕기까지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리조트의 불법 노동자들은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격 모독성 발언에 화가 나 NYT에 폭로를 했다. 또 2016년 대선 당시 타임지는 “트럼프가 1980년 맨해튼에 트럼프타워를 건설할 당시 기존 건물 철거 작업에 의도적으로 미등록 외국인들을 고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이를 부인했지만 얼마 뒤 고용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소송 서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수백만명의 불법 체류자들에 대해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동시에 마약, 범죄 등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골칫거리라고 비난해 왔다. 이어 체류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것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건설 비용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대립으로 사상 최장인 35일간 셧다운을 초래해 미국 전역에 혼란과 손실을 일으켰다. 가까스로 지난 25일 3주간 임시 정상화에 합의해 정부가 재가동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57억달러(한화 약 6조3900억원)이 투입되는 장벽 건설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