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작품 속엔 언제나 진한 ‘공감’이 있다.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한 드라마 ‘은주의 방’(올리브)에서 직장 생활에 지쳐 휴직을 택하고, 셀프 인테리어에 눈을 뜨면서 망가진 삶을 회복해가는 29살 심은주 역으로 열연한 배우 류혜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연기는 삶에 지친 청춘들에게 담백한 위로를 건내며 호평을 받았다.
“따뜻하고, 좋은 제작진들 덕분에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어요. 숟가락 하나 얹은 기분이에요(웃음). 원래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인테리어 전문 채널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여기에 휴직을 택하고 점차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까지 합쳐진 드라마라고 하니 솔깃했죠. 웹툰을 보면서 은주에게 공감이 많이 됐기 때문에 잘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의 안방극장 복귀는 약 3년 만이라 더 반갑게 다가왔다. 2007년 단편영화 ‘여고생이다’로 데뷔한 류혜영은 ‘응답하라 1988’(tvN·2015)에서 덕선(혜리)의 언니 보라 역을 맡아 그 시절 가족의 모습을 애틋하게 그려내는 데 힘을 보탰다. 영화 ‘특별시민’(2016)에서는 선거 전문가 임민선 역을 깔끔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드라마 종영을 맞아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혜영은 그간의 공백기를 “중심을 잡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어요. ‘응답하라 1988’이나 ‘특별시민’ 모두 굉장히 큰 작품이었고, 어려운 작품이었죠. 큰 계기가 될 수 있는 작품을 연달아 하다 보니 ‘과연 내가 큰 사랑을 받을 준비가 돼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신을 정비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조금씩 깨달아 간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오랜 기간 휴식을 가지다 보니 다시 출발할 때의 두려움도 잠시 있었다고. 그에게 첫 주연작인 ‘은주의 방’은 마음을 다잡고, 더 큰 도약을 위한 징검다리 같은 역할이 돼준 작품이다.
“은주는 예민한 구석이 있는 저보다 더 털털하고, 긍정적이에요. 19년 된 남자 사람 친구가 있는 건 사실 판타지죠(웃음). 은주가 저보단 한 살이 많은 언니기도 하고, 어른스러운 구석이 많았어요.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은주는 조금 더 성숙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죠. 세상을 대하는 태도나 성숙함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나눠 받았던 것 같아요. 항상 옆에서 사랑을 주는 존재이자 따뜻하게 대해줬던 친구들도 많았고요.”
은주가 힘들 때마다 버팀목이 돼줬던 친구들처럼, 촬영하는 시간들 속에서 줄곧 힘을 보태준 사람들에 향한 고마움도 함께 전했다. ‘응답하라 1988’에서 그의 상대역인 선우(고경표)의 어머니로 출연했던 김선영을 어머니로 다시 만나게 된 소회도 함께였다.
“선영 선배님이 엄마 역할을 해주신다고 했을 때 너무 감사해서 문자를 보냈던 기억이 나요. 첫 대본 리딩 때도 너 때문에 한 거라고 격려해주시는데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박지현(류혜진 역)씨는 굉장히 밝은 분이어서 극에선 적이지만 실제로는 친구처럼 즐겁게 촬영을 했어요. 김재영(서민석 역)씨는 19년 지기 사이를 연기해야 하니깐 처음부터 일부러 장난을 많이 쳤는데 정말 따뜻하게 받아주셨죠.”
류혜영은 ‘은주의 방’을 두고 “각자 자신만의 시계가 있고, 그 호흡에 맞춰 살아가는 게 행복해지는 방법임을 체감하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앞으로도 그 리듬에 맞춰 살아갈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연기에 대한 열정도 그 호흡의 일부였다.
“모든 배우의 꿈은 ‘이 배우가 나오면 무조건 봐야지’라는 마음을 관객분들이 가져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음에는 조금 더 많이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길 바라고 있어요. 음악 듣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부른 노래가 드라마에 OST로 같이 나오는 게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뮤지컬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액션도 해보고 싶고요(웃음).”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