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3주짜리 ‘한시적 예산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하게 요구했던 57억 달러(6조 3800억원)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은 빠졌다.
대신 양측은 이 기간 동안 멕시코 국경장벽의 예산 반영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셧다운 사태가 재연되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멕시코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한시적 봉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심의 분노를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이라는 핵심 공약에서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1승을 거둔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단결은 우리의 힘”이라며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과소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셧다운을 끝내고 정부 문을 다시 여는 합의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야는 상·하원이 모두 참여하는 양원 협의회를 구성해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공정한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정부가 2월 15일에 다시 셧다운에 돌입하거나 아니면 미국의 헌법과 법에 따라 이 비상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이번 시한부 합의로 이날로 35일째를 맞은 셧다운 사태는 일단 멈추게 됐다. 연방정부도 재가동된다. WP는 그러나 셧다운으로 월급을 받지 못했던 공무원들이 출근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반영되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시한부 봉합에 동의하면서 체면을 잃었다.
지난 3일 하원의장에 선출된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1차전에서 승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특히 한시적 봉합은 펠로시 의장이 제안했던 ‘선(先) 셧다운 해결, 후(後) 멕시코 국경장벽 논의’ 수순과 일치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장기화에 대해 민심이 크게 악화되자 후퇴를 결심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자신을 압박해오자 국면전환용으로 한시적 봉합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명분축적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으로 3주 동안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