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들어주는 아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등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고정욱(59·사진)씨가 신작 ‘그래서 슬펐어?’(거북이북스)를 냈다.
고씨는 25일 국민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20여년간 마음이 아파서 차마 못 꺼냈다”며 “자녀들이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쓴 동화”라고 말했다.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지체장애를 가진 그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한다. ‘그래서 슬펐어?’는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한 가족의 식탁에서 시작된다. 동화작가인 아버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반 친구들에게 줄 동화책에 일일이 사인을 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혹시 아빠가 장애인이라고 놀리는 친구가 있냐”고 묻는다.
아들은 한 친구와 말다툼을 하다 “너네 아빠는 장애인이라 휠체어 타고 다니는데, 넌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그러냐”는 말을 듣고서 펑펑 울었다고 고백한다. 작가는 아들에게 “넌 아빠가 장애인이라서 슬펐어? 아빠는 내가 장애인이지만 하나도 안 슬픈데”라고 말한다. 이 동화는 아들의 친구가 그의 집으로 와 사과하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그의 동화는 이렇게 어린이들이 장애를 이해하고 장애인을 포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책을 선물할 때 “장애인의 친구가 되어주세요”라고 사인한다. 고씨는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좋은 친구들이 도와주었기 때문”이라면서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돈도 밥도 아니다. 친구 한 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씨는 동화 280여권을 썼고 지금까지 그 책들은 400만부 넘게 팔렸다. 그는 한국문학에서 ‘장애아동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1년에 300회 가까이 대중강연을 하는 고씨는 매일 꾸준히 동화를 쓰고 있다. 그의 평생 목표는 장애에 대한 동화 500권을 쓰는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