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데뷔전 무산된 벤투호 4人, 그들도 함께였다

입력 2019-01-26 08:30
19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NAS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권경원이 훈련 전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들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한 땀을 흘렸다. 골키퍼 조현우와 김진현, 중앙 수비수 권경원과 정승현 얘기다. 이들은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 나섰던 23인의 정예요원 중 일부였지만 단 1분조차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8강전에서 0대 1로 패하며 조기에 대회를 마감했다. 자연스레 뛰지 못했던 4인의 아시안컵 데뷔전의 기회도 사라졌다.

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카타르의 경기를 앞둔 23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와슬 축구 아카데미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조현우, 김진현 등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 포지션엔 이미 막강한 경쟁자가 있었다. 골키퍼 김승규와 센터백 김영권-김민재 듀오가 그들이다. 김승규는 노련한 발밑 기술과 후방 빌드업 조율 능력으로 벤투 감독의 눈에 들었다. 이미 전술적인 방향이 설정된 이상 부상 변수나 큰 실수만 없다면 대회 기간 주전 골키퍼를 교체하는 이유는 드물다. 벤투 감독은 과거 포르투갈 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대회에서만큼은 안토니오 베투 단 한 명에게 주전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예상대로 벤투 감독은 지난 7일 필리핀과의 첫 경기(1대 0승)를 시작으로 5차례 연속 김승규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권경원과 정승현은 대회 기간 내내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는 날도 잦았다. 힘겨운 경쟁을 이겨내고 아시안컵 23인의 엔트리에 승선했으나 악몽 같은 부상이 발목을 잡게 됐다.

조현우는 카타르와의 16강전을 앞둔 2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놀라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이유로 전력에서 제외된 만큼 아쉬움도 클법하지만 조현우는 성숙했다. “그래도 감독님의 결정이다. 잘 준비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며 웃음 지었다. 골키퍼들은 누가 경기에 나서더라도 서로 응원한다며 김승규에 대한 격려의 메시지 역시 함께였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