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공격이 계속됐다. 오직 황의조만 상대의 강력한 밀착 수비 속에서도 라인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손흥민은 그간 달려왔던 강행군의 여파가 여실히 드러나며 몸이 많이 무거운 모습이었다. 시프트로 나선 손흥민의 부진 속에 중앙으로 볼은 투입되지 못했고 무의미한 백패스와 횡패스만 쌓여갔다. 측면에서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자예드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와 8강전에서 0대 1로 패하며 조기에 대회를 마감했다. 이날 황희찬은 벤치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지난 22일 바레인전에서 당한 부상의 여파로 당장 그라운드에 나설 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반전 카타르의 노림수는 완벽하게 통했다. 잔뜩 수비적으로 내려앉아 위협적인 역습과 중거리 슛을 통한 카운터만 노렸다. 다섯 명의 일자 수비라인은 절대 간격을 벌리지 않았고, 오밀조밀한 두 줄 수비가 서로 간 라인을 컨트롤하며 지역방어 체제를 유지하는 데만 집중했다. 카타르는 후반 들어 라인을 올렸고, 결국 경기 내내 계속해서 시도하던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성공시켰다. 이후 다시 촘촘하게 틀어 잠그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변칙적인 상대 파이브백의 뒷공간을 공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교체로 흐름을 바꿔야 했으나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첫 카드로 황인범 대신 구자철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실점 이후 들어간 지동원과 이승우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무리였다.
스포츠에서 가정은 무의미하다. 황희찬이 후반 조커로 투입될 수 있었다고 해도 승리의 향방이 바뀌었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상대의 지역 방어 속에 고립된 원톱 황의조에게 공간을 열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의 페널티박스 근처에 모여 단단한 밀집 수비를 하는 이상 해답은 측면에 있었다.
공격진들의 측면 간격을 넓게 벌려 상대 수비수들의 간격 역시 조금이나마 넓혀야 했다. 과감하게 저돌적으로 측면을 돌파해 중앙에서 공간을 찾아내는 것. 상대 수비수와의 경쟁에서 일대일 돌파 능력을 갖춘 측면 공격수가 필요했다. 뒤늦게 들어간 지동원은 그러한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만큼은 황희찬의 난 자리가 유독 허전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