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란, 일본을 결승까지 피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중동의 모래바람을 결국 피하지 못했다.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과 체력적인 부담에 따른 컨디션 난조가 겹치면서 15년 만에 아시안컵 8강 탈락이라는 좋지 않은 성적표를 얻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을 앞두고 기대가 높았다. 먼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평가전에서 칠레, 우루과이 등 강팀을 상대로 무패행진을 이어오며 자신감을 찾았다. 지난달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른 모의고사인 호주 원정 평가전에서도 2015년 대회 우승팀 호주와 1대 1로 비기고, 우즈베키스탄에는 4대 0 대승을 거뒀다. 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소속팀 등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도 한국의 우승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나상호(FC도쿄)가 부상으로 귀국하는 등 악재를 겪었다. 대회 개막 이후에는 현 대표팀에서 A매치 경험이 가장 많은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의 예기지 못한 부상이 겹쳤다. 두 선수 모두 필리핀전만 뛰고 대표팀이 치른 나머지 4경기에는 뛰지 못해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다. 25일(한국시간) 카타르전을 앞두고는 바레인전에서 대표팀의 첫 번째 골을 넣었던 황희찬(함부르크)마저 사타구니 염좌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했다.
체력 문제도 컸다.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강행군을 한 후 복귀해 첫 경기 중국전에선 활발하게 움직였으나 바레인전과 카타르전에서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토너먼트 첫 경기 바레인전에서 연장 포함 120분을 소화하는 바람에 체력적인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빠르게 빌드업을 하는 과정에서 좋지 않은 과정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에서) 공격작업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 이날 패배로 카타르와의 악연도 이어가게 됐다. 한국은 2017년 6월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카타르에 2대 3으로 패한 후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됐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 3·4위전에서도 카타르에 패해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두 차례의 아시안컵에서 모두 8강 탈락이라는 결과도 얻게 됐다. 한국은 1996년 UAE 대회 8강에서 이란에 2대 6으로 역전패한 바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