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50% 올랐다는 남영동 4억 단독주택의 진실

입력 2019-01-25 18:14
게티이미지뱅크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5일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 22만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전날 발표한 공시가격을 반영한 것이다.

알리미에 공개된대로 상승한 공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해보면 용산 강남 마포구 단독주택 보유자들의 세금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단독주택의 공시가는 50% 넘게 올랐다. 이 주택은 2017년 공시가가 9억4800만원이었다. 지난해엔 1.16%만 올라 9억5900만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공시가 상승률이 50.16%나 됐고 공시가격은 14억4000만원이 됐다. 공시가가 오르면서 세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난해 9만8176원에서 48만원으로 390%나 오르게 된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도 2017년 207만원에서 지난해 212만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올해는 50% 오른 318만원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 공시가 4억원대인 용산구 남영동의 한 단독주택도 50% 넘게 공시가격이 올랐다. 이 주택은 지난해 공시가가 4억94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51%나 뛰면서 공시가가 7억460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부세는 내지 않더라도 보유세는 64만원에서 84만원으로 30% 오를 전망이다. 용산은 미군 부지에 용산공원을 만드는 데다 지난해 박원순 시장이 개발계획을 발표한 뒤 집값이 폭등한 곳이다. 특히 남영동은 건축제한이 걸려 있음에도 미군 부지와 맞닿아 있어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해당 주택이 있는 곳은 수십년된 낡은 단독 주택들이 몰려 있지만 새로 짓지도 못한다”면서 “그런데도 평당 가격은 최소 3700만원에서 최대 6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성수동 1가의 다가구 주택도 공시가 상승으로 세금이 크게 늘 전망이다. 지난해 6억1800만원이던 이 주택의 공시가는 올해 9억4200만원으로 52.43%나 올랐다. 보유세는 2017년 80만2080원, 지난해에는 88만2288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9억원을 초과하면서 기존에 내지 않던 종부세 7만4256원까지 부과되고, 보유세는 40.10%가 오른 123만6082원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열린 부동산 가격공시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고가는 중저가 공동주택과 비슷한 수준(현실화율 60~70%대)으로 가야 한다는 목표로 진행했다”며 “중저가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속도조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다가구 주택에서 월세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늘어난 세금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사(팀장)는 “국토부가 제시한 이명희 회장의 한남동 단독 주택같은 경우야 별 상관없겠지만 은퇴자나 월세수입만으로 사는 다가구주택 소유자들에게 세금은 부담이 되는 게 맞다”고 했다. 우 세무사는 “과거 5~10년에 걸쳐 올랐던 것을 반영하지 않다가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세금부담이 늘어나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서민들의 세금 저항을 받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의 조세 전문가도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중저가 주택의 공시가격도 올랐다”면서 “결국 서민들도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