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의 ‘정면돌파’ 스타일, 지지층은 결집하고 정권 부담은 늘어나고

입력 2019-01-26 05:00

손혜원 의원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손 의원은 투기 의혹이 일자 부동산 내역을 공개했다. 스스로 방송에 나와 “전체적으로 300평 남짓”이라고 규모도 밝혔다. 논점이 이해충돌로 옮겨가자 이번에는 “기증하겠다”고 답했다. 박물관을 만들어서 기증할 계획이니 이득 볼 게 전혀 없지 않느냐고 되물은 셈이다.

물론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손 의원의 ‘선의’와는 상관없이 국회의원으로서 이해충돌 지점이 있을 수 있다는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계에 광범위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 기관이 결론을 내리게 됐다.
여론은 요동치고 있다. 언론의 의혹 보도에 손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더니, 손 의원이 반박이 이어지자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손 의원을 적극 방어하는 모양새다. 논쟁적인 인물의 논쟁적인 사안을 둘러싸고 지금의 사태를 분석하는 장문의 글이 SNS에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거침없는 손혜원 스타일
이번 논란은 전형적인 의혹 제기와는 전개 양상이 달랐다. 통상 정치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여론의 추이를 살피면서 해명의 톤을 조절하기 마련이다. 의혹 당사자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편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의원은 적극적으로 공개 반박에 나섰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식이다. 의혹이 처음 보도된 15일 저녁에도 기자들의 전화를 피하지 않고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 이후 매일같이 언론의 의혹 제기와 손 의원의 공개 반박이 일주일 넘게 지속됐다.

손 의원 특유의 직설적인 어법도 화제다. “투기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회의원직이 아닌 목숨을 내놓겠다” “차명 거래라면 전 재산을 국고로 환원하겠다”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상대로 “무엇을 거시겠습니까”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반박 주장이 마치 광고 문구 같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이해충돌 논란에는 ‘손해충돌’이라는 단어로 맞받아쳤다. 손 의원은 24일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경우는 ‘이해충돌’ 아닙니다. ‘손해충돌’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논점이 투기 논란에서 이해충돌로 옮겨가자, 이 역시 납득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단어를 제시한 것이다.

24일에는 논란의 중심이었던 목포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전국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유튜브를 통해 기자회견도 직접 생중계했다. 허름한 건물 내부를 전국에 생중계하면서 투기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자회견 이후 마치 영화 포스터 같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다.

손 의원의 해명이 거듭될수록 손 의원의 지지자들은 늘어나는 모양새다. 급기야 이번 논란 덕에 1억5000만원 한도의 정치후원금도 모두 모았다. 손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만여명의 국민이 단 나흘 만에 올해 후원금을 모두 채워주셨다”며 “눈 하나 깜빡 않고 악다구니로 싸우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저를 울게 만드신다”고 밝혔다.

동시에 논란 자초하는 측면도
하지만 거친 언행으로 스스로 논란을 키운 측면도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을 향해 ‘노회한 정치인’ ‘배신의 아이콘’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25일에도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의원에 대한 기사를 공유한 뒤 “의리도 없고 정의도 모르는 야비한 정치인”이라고 칭했다.

같은 당 소속이었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도 “같은 당에 계셨던 분이 사실 확인이 필요한 예민한 부분을 발언하시면서 왜 제게 확인하지 않으셨느냐. 잘 모르는 일이라고 방송 나가서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된다”면서 “주말까지 기다리겠다. 자초지종 다시 알아보시고 제게 정중하게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금 의원이 방송에서 “손 의원이 공직자 윤리라고 생각하는 이해충돌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손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민주당 내에서도 “손 의원 반응이 조금 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손 의원 개인 차원의 해명과는 별도로, 여권은 손 의원 논란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례적으로 탈당 기자회견장에 같이 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손 의원을 보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의 친분이 두텁다는 점에서 청와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당에서는 “정치권과 청와대가 손 의원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국조와 특검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손 의원의 ‘속 시원한 반박’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혹들은 여전히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목포 부동산 매입 과정에 의문이 제기된 이후 지인들을 동원한 대규모 투기 의혹, 차명거래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여기에 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 문화예술계에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인사 압력 의혹, 나전칠기 작품 강매 의혹 등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