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넘는 고가 아파트가 하락세 견인, 전세가도 하락 중

입력 2019-01-26 05:00

부동산 거래절벽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11주째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 특히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시장 전반의 하락세를 견인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이 기간 -0.23% 떨어졌다. 중첩된 정부 규제와 대출환경 악화, 향후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고가 주택시장의 직접적 타격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5일 부동산114가 발표한 ‘수도권 주간아파트 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9일부터 이날까지 11주 동안 서울 아파트값의 누적 변동률은 -0.23%로 집계됐다. 금액대별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0.50% 오른 반면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0.81% 떨어져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의 변동률을 보이며 전주와 같은 하락폭을 보였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0.28% 하락해 주간변동률로는 2016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빠졌다. 신도시와 경기·인천 역시 각각 0.07%, 0.02% 떨어졌다.

서울지역 자치구별로는 송파(-0.19%), 성북(-0.16%), 강남(-0.15%), 마포(-0.09%), 서초(-0.05%), 강동(-0.04%), 도봉(-0.03%) 순으로 하향 조정이 진행됐다. 지난해 급등장에서 상승폭이 컸던 지역들이 주로 가격 조정의 파고에 휩쓸린 모양새다. 반면 종로(0.08%), 중랑(0.03%) 등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지역은 이른바 ‘키 맞추기’가 진행되면서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세시장 약세도 한층 심해지고 있다. 서울이 -0.16%로 전주에 비해 하락세가 한층 커진 가운데 신도시(-0.12%) 및 수도권(-0.07%)도 전셋값 하락이 계속됐다. 실수요 증가로 거래는 활발했지만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까닭에 급전세 매물이 하락세를 주도하는 양상이다. 특히 강남은 방학이사 수요가 예년에 비해 줄어든 가운데 수천만원씩 가격이 떨어진 지역도 많았다.

종부세 세율과 공정가액비율이 인상된 데다 공시가격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지고, 집값 상승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투자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현금 보유력이 떨어지는 주택 보유자들의 처분 매물이 나올 수 있어 수요는 줄어들었지만 매물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쌓이는 매물과 짙어진 매수 관망세로 가격 약세가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