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2·27 전당대회 레이스가 초반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보폭을 넓히면서 “전당대회가 아닌 대선 예비 경선”이란 평가다. 특히 황 전 총리가 선거 초반 앞서는 양상을 띠면서 당 안팎에선 황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과 황 전 총리 당선 이후를 걱정하는 우려가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
◆황교안이 될까?
아직 초반이지만 황 전 총리는 당권 레이스에서 선두권으로 평가받는다.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TK와 PK 지역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회사가 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TK 지역 응답자의 절반 이상(50.2%)이 황 전 총리의 한국당 입당과 정계 진출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영남권은 책임당원의 50%가 몰려있어 한국당 전당대회 판세를 좌우하는 지역이다. 책임당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당 선거인단 투표(70%)가 국민여론조사(30%)보다 많이 반영되므로 전당대회 승리를 위해선 영남권 당심이 필수적인 요소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지금으로서는 황 전 총리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언급한 것도 이 지역에서의 초반 당심이 황 전 총리에게 우호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 TK 지역 의원은 “아직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언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제로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지역 당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등판으로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게 된 것도 황 전 총리에게 호재다. 당원들 사이에서 차기 대권 주자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짙어질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황 전 총리에게 표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안상수, 주호영 의원 등 당권 주자들이 “이번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황 전 총리에게 표심이 쏠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단, 김 비대위원장이 황 전 총리의 출마에 부정적인 것은 부담이다. 황 전 총리는 현재 당헌·당규상 책임당원이 아니기 때문에 당대표 출마 자격이 없는 상황이다. 책임당원이 되려면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 해야하는데 전당대회 일정상 불가능하다. 지금 상황에서 황 전 총리가 책임당원이 되려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 후 비대위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결국 김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뜻에 따라서 황 전 총리의 출마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황교안으로 될까?
당내에서는 “황교안을 얼굴로 다음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24일 김 비대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되면 한국당이 친박·탄핵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수도권 선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가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박근혜정권 이인자였던 만큼, 차기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의 힘은 떨어지고 오히려 ‘탄핵 세력 심판론’으로 당이 수세적 위치에 놓일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수년간 당이 위기 상태에 놓여있었던 만큼 당원들 사이에서 이회창이나 박근혜 같은 메시아를 찾으려는 심리가 강한 것 같다”며 “황 전 총리가 메시아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탄핵 프레임으로 수도권 선거는 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권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잠잠해진 계파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를 수도 있다. 대권 욕심을 가진 당 대표가 대선국면을 고려해 차기 공천권을 행사해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설 경우, 공천 파동으로 인한 계파 갈등이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대 총선 공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잠재적 대권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킨 바 있다. 현 한국당의 지도체제가 당 대표의 권한이 절대적인 단일성 지도체제란 점도 우려의 불씨를 키운다. 한 재선 의원은 “이제 처음 정치에 나서는 황 전 총리가 의원들에게 다가가기는커녕 의원들이 줄을 서는 모양새”라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