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을지로·청계천 일대 재개발을 연말까지 일시 중단시킨 것과 관련, “을지면옥이 철거 대상인 줄 몰랐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올 들어 언론을 통해 을지면옥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고 재개발 사업을 재검토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25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을지면옥에) 자주는 못 가니까 그게 철거 대상에 있는지도 잘 몰랐다”면서 “이런 건 한번 철거되면 다시 살릴 수가 없는 거니까 재검토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일이 사실은 굉장히 많고 복잡하다. 제가 그걸(세부 상황) 어떻게 다 압니까?”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발언은 도시건축가 김진애 박사가 박 시장의 세운상가 재개발 재검토 결정을 비판한 것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김 박사는 전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나게 반대할 때는 안 듣고 도대체 뭐 했느냐. 행정에서 중요한 것이 막판에 가서 이런 식으로 뒤엎어 버리는 일이 안 생기게끔 하는 것”이라며 “이번 일은 박 시장의 판단 미스”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또 “작년에 독립문 옥바라지 골목을 살린다며 마지막 순간에 철거할 때 중단시켰는데 결국 보존은 못 했다. 박 시장의 버릇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박 시장은 “(옥바라지 골목은) 막판이었으니까 그렇고, 이건(세운3구역) 시작 단계라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면서 “적어도 제 생각은 (을지면옥은) 남기는 게 좋겠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박 시장은 을지면옥 철거 소식을 뒤늦게 알고 서울시 도시재생 담당자들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박 시장이 을지면옥 등 노포를 없애는 것은 본인이 추구해온 도시재생 철학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면서 “많은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재검토 결정을 내린 것은 도시재생의 원칙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