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국회 앞에서 비틀대는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입력 2019-01-26 05:00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이달 말까지 최종 개편안을 도출한 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구간을 먼저 설정하는 방식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정부안보다 더 앞서가는 개편안을 우후죽순 발의한 상황이다. 벌써부터 임시국회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는 안을 마련 중이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한과 하한을 먼저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그 범위 내에서 최종적으로 다음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시장수용성,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해 상한이 정해지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재계 역시 이원화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이번달에만 총 3차례 집중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4일 열린 공개토론회가 마지막이었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구간설정위원회에서 노사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실제 정부가 제시한 초안을 보면, 정부는 구간설정위원회를 9명의 전문가로 구성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노사정이 각각 전문가를 추천하도록 안이 짜여 있지만 노사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지는 않도록 돼 있다.

공개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국민일보 신준섭 기자는 “구간설정위원회 전문가 구성을 어떤 방식으로 한다 해도 노사가 인정하지 않을 개연성이 너무 높다”며 “노사가 모두 수용할 만한 최저임금 인상구간 설정 계산식을 만드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것도 그 지점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정부 초안에 대해 “소위 전문가들끼리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결정한다는 것”이라며 “전문가와 공익위원의 입지는 강화되는 반면 노사 당사자는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노사 당사자가 참여하는 결정위원회의 논의 폭이 전문가들이 찍어 준 범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데 대한 불만도 엿보인다.

노동계의 반발과 별개로 야당은 더 강력한 최저임금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국회에 계류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총 33건에 이른다.

개편 내용도 제각각이다.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 적용하는 개편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 수용성을 따져 차등 적용하자는 얘기로,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안이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시 소정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는 안을 올려둔 상태다. 이밖에도 현재 정부가 추천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국회가 추천토록 하는 안, 2020년 최저임금을 한시적으로 직전년도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동결하는 안 등이 올라 있다.

하지만 야당이 제시한 안들은 대부분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의 경우 이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검토는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주휴시간 산입문제 역시 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주휴시간도 소정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었다.

정부는 오는 31일까지 온라인 대국민 설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토론회와 설문에서 제시된 의견을 종합해 마련된 최종 개편안을 2월 임시국회 때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과의 입장차가 크고, 노동계도 반발하고 있는 만큼 임시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