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구한 고(故) 박용관(21)씨 가족이 “군인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국민청원을 올려 호소했다. 지난해 육군에 입대한 박씨는 행인에게 당한 폭행으로 뇌사상태에 빠진 뒤 심장, 폐 등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상병이었던 박씨는 지난 12일 휴가 중에 경남 김해 어방동의 도로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행인 이모(23)씨로부터 얼굴을 가격당했다. 폭행을 당한 박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씨는 박씨 일행이 시끄럽게 떠들어 때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번의 수술에도 지난 21일 사망판정을 받았다. 박씨 가족은 그의 심장, 폐, 간, 췌장, 좌·우 신장 등 장기 6개를 기증하기로 했다. 기증된 장기는 이날 바로 환자 5명에게 무사히 이식됐다.
유족은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군인의 안전을 보장할 법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씨 어머니는 “6년간 역도 선수 생활을 했고 태권도 3단 단증을 가진 건장한 아들이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허무하게 떠났다”며 “가해자는 ‘넌 군인이라 신고 못 하지’라는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때문에 가족 모두 오열했지만 ‘장기기증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남편의 말에 고심 끝에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들을 마음속에 묻게 됐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군인을 보호해줄 수 있는 법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