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태 최고 책임자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5일 검찰에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세 번의 검찰 소환조사는 물론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을 때까지 일관 되게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구속 피의자 신분이 됨에 따라 기존의 진술 태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을 서울구치소에서 비공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관련 혐의에 대한 입장을 재차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판거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불법수집,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 작성 의혹 등 4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보고받은 바 없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부인 태도는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예상을 깨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명 부장판사는 영장 발부 사유를 밝히면서 “피의자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실장 수첩이 허위일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는 등 부인한 것이 영장 발부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구속 이후 갑자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검찰 조사에서보다 이후 법원 재판 과정에서 공개적인 법리 다툼을 벌이겠다는 게 양 전 대법원장 측의 기본 입장이었다. 다만 일부 사실 관계에 대한 진술 전략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4일 구속 당일 아침 바로 변호인단과 접견을 갖고 진술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장 다음달 12일까지인 구속 기간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필요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의 재판배당 조작 의혹 등 구속영장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도 필요한 상황이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불거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전·현직 의원들의 재판 청탁 의혹 수사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이 (수사)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만큼, 수사에 필요한 만큼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