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해 협박까지 했었다는데… 폭력 남편 그냥 돌려보낸 경찰

입력 2019-01-25 09:28

가정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남편이 6시간 만에 다시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위협해 구속됐다. 처음 폭력이 일어난 과정에서 남편은 “아내를 죽일 수도 있다”고 진술했지만 접근금지 등 경찰의 적극적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칼을 들고 아내를 위협한 혐의(특수협박 등)로 김모(49)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3일 오후 9시30분쯤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아내 A씨(47)에게 욕설을 하며 유리컵 등 집기를 던졌다. 아들이 말리는 사이 아내가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김씨를 지구대로 임의동행 조치했다. 당시 김씨는 아들이 자신을 만류하자 “내가 (너희들을) 죽일 수도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조사가 끝난 자정쯤 남편을 자택에서 200m 떨어진 노모 집으로 귀가 조치했다. 아내와 아들은 자택으로 돌려보냈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재발 우려가 있고 상황이 긴급할 때 격리나 접근금지 등의 긴급임시조치를 할 수 있지만 이런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가 접근금지를 요청하지 않았고, 남편이 노모 집으로 가는 데 동의해 긴급임시조치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늦은 시간이라 다른 조치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다음 날 오전 6시쯤 만취 상태로 칼 2개를 들고 자택으로 찾아갔다. 아내에게 “문을 열라”고 소리 지르며 현관문을 발로 찼다. 다시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부지법은 지난 16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폭언을 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지난해 서울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 이후 가정폭력 상습 가해자는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정폭력 이력이 있으면 현장 출동할 때 신경을 더 쓴다”면서도 “이번엔 아내 몸에 상처가 없고 남편의 흥분도 가라앉은 상태여서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