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발표를 신호탄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에 본격 나서면서 보유세 인상 등 후폭풍이 부동산시장에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상승이 침체된 시장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해 거래절벽과 집값 하락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똘똘한 한 채’ 고가 주택과 다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전국 최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는 지난해 1억3718만4000원에서 올해 2억577만6000원으로 6859만원 오른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169억원에서 올해 270억원으로 59.7% 상승하면서 보유세가 상한선인 150%를 꽉 채우게 된다.
공시가격 실거래가 반영률이 확대되면서 15억 이상 고가 주택이나 중대형 주택 보유세는 대체로 상한선에 가깝게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시세변동률을 뛰어넘는 수준의 공시가격 변동률이 적용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정한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은 고가 단독주택 매각 혹은 보유를 놓고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며 “세금고지서를 받아보면 그때 세부담이 더욱 체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세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의 경우 차차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 전문위원은 “세금부담 증가에 비해 공급과잉과 임대료 하락 등으로 메리트가 줄어들면서 베이비부머 등 은퇴수단으로 다가구주택이나 다중주택을 매입해 월세를 받으려는 수요층의 고민이 커질 듯 하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과세 강화에 따른 위축심리가 작용해 집값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곧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라며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인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소장은 또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매수자들은 관망세가 더 짙어질 것이고,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9·13 대책 이후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량은 5만5681건으로 전년 대비 22.3% 급감했다. 거래절벽이 심해지는 가운데 세 부담에 못이긴 매물이 더해진다면 집값 하락 폭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 역시 “주택 대량입주와 대출 규제에 이어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부담 우려까지 더해져 거래 감소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과세 강화와 집값 조정에 대한 위축심리가 부동산시장 움직임을 제한해 집값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2년 사이 급격히 상승한 주택 가격을 고려할 때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는 이 같은 가격 하락세가 시장 안정 및 정상화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등 일련의 시그널을 통해 정부가 의도하는 바이기도 하다. 함 랩장은 “종부세율 인상과 공정시장가액 비율 역시 매년 5%씩 인상될 예정인 만큼 조세불복이나 세금민원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보유세를 강화하되 취득세나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