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축구’는 잊어라, 이란이 변했다

입력 2019-01-25 07:40
이란과 중국 선수들이 25일(한국시간)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볼 다툼을 버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예상로 이란은 강했다. 우레이를 앞세운 중국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란은 25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위치한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서 열린 중국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UAE 아시안컵 8강전서 3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FIFA(국제축구연맹) 순위만 놓고 보면 아시아 최강자다. 호주(41위), 일본(50위), 한국(53위)을 훨씬 앞질러있는 29위다. 현재까지 분위기로만 놓고 보면 최강자로서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웠다. 4강까지 오는 동안 상대 골망에 12골을 퍼부으며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비기기만 해도 조 1위 진출이 가능했던 지난 17일 이라크(0대 0)전이 그들이 이번 대회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유일한 경기다. 나머진 모두 두 골 차 이상으로 완승을 했다.

눈 여겨볼 만한 점은 이란의 이기는 방식이 과거의 모습에 비교해 180도 변했다는 것이다. 중동 축구 선두 주자답게 단단한 수비조직력을 앞세운 중앙 밀집 수비는 이란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란의 질식 수비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한국 역시 수차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젠 수비만 하지 않는다. 이란이 이번 대회 5경기 중 점유율을 내줬던 것은 이라크(46-64%)전뿐이다. 나머지 경기에선 패스 성공률까지 80% 이상 기록하며 더 많은 시간 볼 소유를 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약체인 팀들을 상대했던 것을 고려하더라도 놀라운 변화다. 중국전에서도 그랬다. 52-48%로 대등한 점유율을 가져갔지만, 훨씬 공격적으로 임했다. 총 18개의 슛을 상대 골망에 퍼부었다.

이란이 무서운 이유는 그러면서 자신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점은 고스란히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들의 무실점 기록으로 알 수 있듯 정교한 수비 조직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중국을 상대론 단 1개의 유효 슛만 허용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뱅크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함께한 지 어느덧 8년째. 그간 케이로스 감독은 체력적인 축구를 강조하며 이란의 수비 조직력을 완성했다. 지루한 축구라는 일각의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만의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수비 일변도로 일관했다. 그 결과 이란의 수비 조직력은 세계무대에서도 증명됐다. 최고의 창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란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한 스페인 언론은 이란의 막강한 수비력에 ‘벙커’라는 표현까지 쓰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공이 자신들에게 있을 때와 거의 소유하지 못할 때, 두 가지 상황에서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그들이다. 그들의 수비 조직력은 더욱 깊어졌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역습 공격 역시 더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대진 반대편에 속한 한국이 벌써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래서다.

8년을 함께해 온 케이로스 감독이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이란을 떠날 것이 유력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차기 행선지는 콜롬비아가 될 전망이다. 카를로스 감독으로선 매 경기 고별전을 치르는 셈이다. 우승컵만큼 작별선물로 값진 것은 없을 터. 마지막 대회인 만큼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이젠 결승까지 두 단계 남았다. 이란은 베트남을 꺾고 올라온 일본과 오는 28일 4강전을 치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