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그랜드캐년 추락’ 청년 집안 신상털기 괜찮을까요

입력 2019-01-26 05:00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5살 대한민국의 청년을 조국으로 데려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자는 지난해 12월 30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그랜드캐니언(캐년)에서 추락해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박준혁(25) 씨의 여동생 A씨였죠.

A씨는 청원을 통해 12억원에 육박하는 치료비 및 환자 이송비 해결에 국가가 나서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12억원이라는 돈과 법적인 문제 등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해당 청원이 언론에 보도되자 여론은 달아올랐습니다. 개인사고 처리에 세금을 투입하는 건 옳지 않다는 쪽과 타국에서 어려움에 빠진 국민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 치열하게 맞섰죠. 그사이 한편에선 또 다른 논란거리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박씨의 집안에 대한 ‘신상털이 논란’이었습니다.

“구찌 스니커즈에 구찌 벨트...가방도 좋은 거 같고. 요새 20대 초반 애들은 돈이 많나 봐요. 명품을 덥석덥석”

몇몇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A씨의 SNS 사진 등을 증거로 내세우며 ‘박씨네는 재력가’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A씨가 걸친 명품 의류만 100만원이 넘는다’ ‘집 거실 벽면이 대리석인 걸 보니 부잣집이다’ ‘헬스 PT를 받은 적 있다고 하니 돈이 많은 집이다’ ‘애초에 유학을 보낼 정도의 집안이면 자산가 아니겠냐’ 등이었죠.

박씨 집안의 재력 여부는 이번 이송비 지원 논란의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입니다. 청원에서 A씨가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치료비와 환자 이송비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A씨 집안의 재력이 환자의 치료·이송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라면 세금 투입의 당위성은 현저히 떨어지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일상 사진이나 집 내부 구조까지 언급하며 분석하는 건 신상털이밖에 안 된다는 반론도 팽팽합니다. 실제로 A씨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24일 오전 본인 SNS 계정의 모든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재력가 검증’을 명분으로 SNS 사진 등을 뒤지고 확실하지도 않은 재산 상태를 추정하는 게 정당한 걸까요. 아니면 그저 또 다른 신상털기에 불과할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박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