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번엔 호주 국적 소설가 억류…“인질 외교 확대” 비난

입력 2019-01-24 17:56 수정 2019-01-24 17:58
SCMP캡처

중국계 호주 국적 작가이자 반체제 성향의 시사평론가인 양헝쥔(楊恒均)이 중국에서 억류됐다.

외신들은 양헝쥔 억류가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인질을 잡아 미국 등에 압력을 가하려고 ‘인질외교’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양헝쥔이 지방 정부에 억류됐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AP통신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호주 외교통상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베이징 주재 호주 대사관을 통해 양헝쥔을 억류 중이라는 정보를 제공했다”며 “우리는 (중국과의) 영사 협정에 따라 양헝쥔에 대한 영사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 언론들은 양헝쥔이 지난 18일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출발해 19일 중국 광저우에 도착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보도했다. 양헝쥔은 부인, 자녀와 함께 광저우를 경유해 상하이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중국 외교관 출신으로 2000년 호주 국적을 취득한 양헝쥔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유명 블로거이자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이중 스파이를 주제로 한 소설 ‘치명적 약점’을 쓰기도 하는 등 중국 공산당 체제를 비판하고 민주화 개혁을 주장해온 반체제 성향의 인사다.

양씨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성화 보호 명분으로 중국계 청년들이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오성홍기를 들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중국이 호주 내정에 간섭하는 증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11년 3월에도 중국을 방문했다가 일시 억류된 적이 있다.

외신들은 중국 당국의 양헝쥔 억류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체포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며 중국의 ‘인질 외교’를 우려하고 있다.

양헝쥔의 친구인 펑충이 시드니 기술대 교수는 호주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양헝쥔의 체포를 중국 정부의 인질외교 확대로 보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그를 볼모로 삼아 호주, 캐나다, 미국 정부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캐나다에서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된 이후 캐나다의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프릭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체포해 구금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그동안 코프릭과 스페이버의 억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