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영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브렉시트에 대응하고,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브렉시트 대응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영 국장급 협의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다고 외교부가 24일 밝혔다. 우리 측은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이, 영국은 사라 테일러 외무성 국제법률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다.
지난 15일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이후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 우려가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가 된다면 영국은 3월 29일 오후 11시(현지시간) 정각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다. 1973년부터 46년 동안 동거동락해온 영국과 EU는 한순간에 남이 된다. 탈퇴 충격을 막기 위해 마련한 완충장치들은 브렉시트 합의안이 하원에서 부결되면서 현재로선 의미가 없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과 영국은 이번 국장급협의를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교역·투자관계에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영사, 교역, 항공 등 제반 분야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우리 측에서는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한국무역협회 등이 영국 측에서는 외무성·EU탈퇴부·국제통상부·교통부·국세관세청 등이 참석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김 국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영국이 급류 속에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상황임을 설명하고,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며 “우리 측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현지에 진출한 100여개에 달하는 한국 기업 보호와 각종 협정의 정비작업 점검이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각종 조약 관련해서는 FTA, 항공협정, 세관협력, 경쟁협력협정 등 4개 협정을 가능한 조기에 정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양국은 FTA의 조속한 체결에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노딜 브렉시트’로 유예기간 없이 영국이 3월 29일 EU를 탈퇴하면, 영국은 EU 통상규정을 준수할 의무도 없게 된다. 동시에 EU가 제3국과 체결한 FTA도 적용 받을 수 없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협상 기간 영국과 교역국은 각자 상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관세 부담에 따라 영국에서 팔리는 수입품 가격은 인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영 FTA의 조속한 체결은 우리 기업의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영국산 제품의 우리 시장 수입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양국 간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대영국 수출은 63억6000만 달러(약 7조 1836억), 대영국 수입은 68억1000만 달러(약 7조 6918억)에 달했다.
영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브렉시트 혼란 속에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영국 한국대사관엔 헬프데스크가 설치되고, 영국 외무성과의 협조라인이 생긴다. 기업이 애로사항을 겪을 때 헬프데스크에 접수하면 우리 정부, 영국 외무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한국무역협회가 합동으로 도움을 제공한다.
또 우리 측은 브렉시트 과정에서 매년 7만여명에 달하는 영국 방문 우리 국민의 안전 확보도 당부했다.
양국은 한·영 담당국장 간 핫라인을 구축,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등 향후 브렉시트 진행 동향을 신속히 공유하고, 선제적 대응 방안을 지속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상에서 영국 측은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이 부결된 후 처음으로 갖는 외국 정부 당국과의 협의라고 설명하면서, 협상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또 김 국장은 “루이스 닐 외무성 경제외교국장과도 만나 양국 경제 협력을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며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외교당국 간 고위급(차관급) 경제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