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상태로 출산한 美 여성 부모 “딸, 소리에 반응한다”

입력 2019-01-24 17:31
용의자 네이선 서덜랜드. 뉴시스

식물인간 상태에서 당한 성폭행으로 아이를 출산한 20대 미국 여성의 부모가 “딸은 완전한 의식불명 상태가 아니다”고 밝혔다.

CNN은 24일(현지시간) 피해 여성 측 변호사를 인용해 “여성의 부모는 딸이 완전한 ‘코마(의식불명) 상태’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부모가 낸 성명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대화가 불가능하지만 팔·다리, 머리, 목 등을 약간 움직일 수 있다. 소리에 반응하기도 하며 표정을 짓기도 한다.

피해 여성의 부모는 “딸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식물인간 상태가 되기 전에) 친밀했던 사람들, 특히 가족에게 반응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사실은 심각한 지적장애를 앓고 있더라도 우리의 사랑받는 딸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해시엔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던 피해 여성은 지난달 29일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여성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의료진이 발견했고, 급히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다. 아이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여성의 임신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병원 남성 근무자들의 DNA 샘플을 추출해 집중 조사한 끝에 간호조무사인 네이선 서덜랜드(36)를 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 서덜랜드는 2011년부터 이 병원에 근무하면서 피해 여성을 간호해왔다. 피해자는 3세 때 뇌병변을 앓고, 10대 때 익사할 뻔했다가 구조된 뒤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고 한다. 이후 약 10년간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