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캐나다 대사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미국 인도는 잘못” 비판 논란

입력 2019-01-24 12:42

주중 캐나다 대사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인도는 사법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으로 잘못된 일이며, 멍완저우 체포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존 매칼럼 주중 캐나다 대사는 23일(현지시간) 중국에 억류된 캐나다인들에 대한 의회 보고를 마친뒤 언론 인터뷰를 갖고 “캐나다가 미국 주도의 대이란 제재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멍 부회장의 체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미국의 송환 요청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의 주장이 알려지자 캐나다 정가와 외교가에서는 “캐나다 사법절차의 독립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은 대 이란 제재법 위한 혐의로 멍 부회장에 대한 체포를 캐나다 검찰에 요청했으며 멍 부회장은 남미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려다 지난달 1일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했다.

매칼럼 대사는 멍 부회장을 체포해 미국에 신병을 인도하는 것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잘못 적용한 것이라며 세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멍 부회장을 미·중 무역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을 시사하며 정치적 개입을 하겠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사법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멍완저우 사건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둘째, 멍 부회장은 캐나다 방문이 아니라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캐나다를 경유하려 했기 때문에 치외법권 영역에 있었다고 볼수 있다.

셋째, 캐나다는 미국 주도의 대이란 제재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멍 부회장을 체포한 것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멍완저우 송환이 결정되더라도 그녀는 캐나다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결정까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며 “이는 행복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그의 발언이 나오자 “캐나다는 삼권이 분립된 나라로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우리는 법치가 적절하고 완전하게 지켜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멀루니 전 주중 캐나다 대사는 “멍완저우의 송환여부가 전적으로 사법당국의 결정에 달려있는데, 주중 캐나다 대사가 이렇게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매칼럼 대사는 국방장관과 보훈장관, 국세장관, 천연자원장관 등을 거쳤고 트뤼도 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이민장관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