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며 시작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이 정치세력화를 노린다. 노란 조끼는 오는 5월 23~26일 치러지는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후보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란 조끼는 성명을 통해 “시민들이 느끼는 분노를 우리를 지지하는 프랑스 시민에게 답할 수 있는 정치 프로젝트화할 필요를 느꼈다”고 유럽의회 선거 도전 취지를 밝혔다.
유럽의회 의원 선거는 영국을 제외한 27개 EU회원국에서 총 751명의 의원을 뽑는 선거다. 노란 조끼측은 79명의 후보를 출마시킬 것으로 보인다. 노란 조끼 선거운동 책임자 하익 샤힌얀은 “정치 플랫폼이 조직되고 있다. 우리는 노란 조끼가 특정 정당을 대표하지 않고 시민의 뜻대로 움직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엘라브(Elabe)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란 조끼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13%의 지지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의 예상 지지율은 22.5%,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국민전선의 후신)은 17.5%였다. 노란 조끼의 선거 출마가 현실화될 경우 적잖은 영향력을 거머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노란 조끼가 제대로 정치세력화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치세력화를 반대하는 내부 반발도 만만찮다. 노란 조끼 대변인을 자처했던 벤자멩 코시는 “정치세력화는 실수”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당 동맹은 지난 7일 노란 조끼의 정치세력화를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란 조끼 운동처럼 풀뿌리 시민운동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집권 정당으로 떠오른 노하우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반(反) 노란 조끼 운동도 변수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붉은 스카프 운동이 새로 조직됐다. 붉은 스카프는 노란 조끼 세력의 폭력성과 반정부적 성향에 반대해 오는 27일 파리 시내에서 행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친(親) 마크롱 성향을 보였던 이들은 프랑스의 불안을 끝내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로컬프랑스가 보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