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조재범 전 코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법원이 검찰의 재판기일 연장 요청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폭행과 결합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폭력 혐의 사건 1건에 대해서는 구형하기 어렵게 됐다. 조 전 코치는 폭행 혐의로만 이달 말 법원의 심판을 받는다.
수원지법 형사4부(문성관 부장판사)는 23일 조 전 코치에 대한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상습상해와 성폭력은 양자 간 공소사실 동일성이 없다”면서 “피고인의 7개 공소사실 가운데 상해 부분만 떼어내 성폭행을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은 허용할 수 없다”며 검찰의 ‘속행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10일 폭행과 성폭행이 결합한 형태의 범죄로 의심되는 1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에서 상해 혐의로만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변론 재개를 요청했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해당 사건이 상해 혐의로 판결이 내려지면 성범죄 혐의에 대해선 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사부재리는 특정 사건에 대한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같은 사건을 다시 심판하지 않는다는 형사상 원칙이다.
재판부는 “이 법원의 심판 대상은 상습상해와 재물손괴”라며 “성폭력 범죄는 심판 대상이 아니어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성폭행 범죄 사건의 수사를 위해 이 사건 공판 기일을 속행할 수 없다”면서 “공소사실 가운데 문제가 된 폭행 부분을 공소 철회해 1심부터 진행할 것인지, 공소 유지할 것인지 의견을 밝혀달라”고 했다.
이에 검찰 측은 “공소사실을 유지하겠다”라며 조 전 코치의 상습상해 등 혐의에 대해서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조 전 코치는 상해 혐의 최후변론에서 고개를 떨군 채 “최고의 선수를 육성하고 싶었는데 잘못된 지도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상처를 줘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성폭행 범죄 사건 1건에 대해선 별도 기소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별도 기소가 불가능하더라도 심 선수의 성범죄 관련 고소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조 전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처벌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코치의 성폭행 혐의는 경찰이 대면 조사를 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 전 코치는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에 심 선수 법률대리인인 임상혁 변호사는 “심 선수의 (피해) 기억은 생생하고 진술도 구체적이고 상세한데 조 전 코치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빨리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해서 이번 사건을 조속히 종결시켜 심 선수가 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만이 조 전 코치가 죄를 벗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코치는 2011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4명의 선수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12월 17일 심 선수는 조 전 코치에게 고등학교 2학년생이던 2014년부터 약 4년간 상습적인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추가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조 전 코치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이달 30일 오전 11시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이슬비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