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원장 신분으로 헌정 사상 처음 영장심사를 받게 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가 시작한 지 3시간 만인 오후 1시30분 휴정했다. 이후 심사는 오후 2시에 다시 시작됐다. 휴정 시간 30분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 옆 법정 대기실에서 변호인들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같은 날 두 번째 영장심사를 받게 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경우 심사 시작 2시간17분만인 12시47분쯤 휴정했다. 이후 13분 뒤인 오후 1시에 다시 개정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식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 법원삼거리에서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구속 찬반 시위로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시위 차량 서너 대와 시위 참가자 수십 명으로 법원삼거리 일대가 북적였다.
경찰은 만약에 있을 충돌에 대비해 9개 중대를 투입했다. 또 진보단체와 보수단체를 각각 법원삼거리 서쪽과 동쪽으로 나눠 시위하도록 유도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 본부(법원노조)는 오전 9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법원 노조는 “사법농단의 몸통 범죄자 양승태를 구속하라”며 목소릴 높였다. 이어 “반(反) 헌법적 범죄를 저지른 양승태를 구속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노총과 노동당, 전국금속노조,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잇따라 시위를 벌였다. 이들 단체가 기자회견문을 읽자 반대편 보수단체에서는 애국가를 크게 틀며 시위를 막기도 했다. 오전 시위가 끝나자 법원노조는 ‘구속영장 발부’가 적힌 대형 인쇄물을 들고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같은 시각 반대편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자유연대, 턴레프트 등 보수단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려는 것은 사법부를 행정부 아래 두려는 유린행위”라며 문재인정부와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시위 과정에서 보수단체 시위자와 진보단체 시위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법원삼거리 일대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렸다. 양 전 대법원장의 얼굴에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케 하는 수염을 그린 벽보도 등장했다.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로 국민을 죽여온 살인마 양승태를 당장 구속하라’ ‘흉악한 판사 양심보다 국민 참심제가 낫다’ 등 플래카드 곳곳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법원 앞 시위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사법농단피해자단체연대모임,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참가자 10여명은 “재판 거래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명재권 영장전담부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