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무고한 사람들이 옥고를 치르고 뒤늦게 잡힌 진범을 처벌하지 않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 검찰과 경찰의 당시 수사가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조사단)에서 ‘삼례 나라슈퍼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경찰이 당시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받아냈고, 검찰은 진범을 찾기 위한 수사를 미진하게 했다”며 23일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6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정신지체 장애가 있던 최모(20)씨 등 3명(삼례 3인)을 범인으로 체포했다. 사건을 수사한 전주지검은 이들 3명을 강도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법원이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해 그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그런데 이들 3명의 유죄가 확정된 후 사건의 진범 3명이 지목됐다. 부산지검은 2000년 11월 배모씨 등 3명(부산 3인)을 전주지검으로 이송했고, 전주지검은 진범으로 지목된 부산 3인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진범 중 한 명인 이모씨가 2015년 “나를 비롯한 3명이 이 사건 진범”이라고 밝히며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부실‧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삼례 3인조는 재심을 통해 2016년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과거사위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삼례 3인에 대한 폭행, 협박, 강요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며 인권침해 행위로 인해 이들 3명이 허위자백을 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로 인해 피의자 신문조서도 실제 수사관이 묻고 이들이 답한 내용 또는 요지가 그대로 반영돼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 수사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수사 초기 피해자 진술에 의하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20대 남성 3명’이 범인의 특징이어서 진범의 목소리와 말투가 삼례 3인과 유사한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며 “그런 수사를 하지 않고 구체적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채 삼례 3인을 피의자로 특정한 것은 매우 중대한 수사미진”이라고 밝혔다.
삼례 3인의 유죄가 확정된 후 진범으로 지목된 부산 3인에 대한 내사사건을 부산지검이 전주지검으로 이송한 것에 대해선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해선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내사단계에서 이미 상당한 유죄 증거를 확보해 바로 수사 전환한 후 기소할 정도로 진행했다면 하루 속히 진범을 찾아내 억울한 사법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송 결정이 부적절했다고 봤다. 아울러 전주지검이 부산 3인에 대한 사건을 넘겨받은 후 해당 사건을 원 처분검사인 최모 당시 검사에게 배당한 것도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삼례 3인조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수사단계에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과 장애인 조사 과정에 대한 필수적 영상녹화제도 마련, 검사 및 수사기관의 기피‧회피 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