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렸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심사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0시24분쯤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 기로에 놓였는데 심경이 어떠시냐” “오늘 어떤 내용 다투시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대답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심사는 오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헌법재판소(헌재) 비밀 수집 및 누설 ▲옛 통합진보당 소송 등 헌재 견제 목적의 재판 개입 등의 혐의를 받는다. 구속영장 청구서만 260쪽에 달하고, 기재된 혐의는 40개가 넘는다.
구속심사는 검사 출신인 명재권 부장판사가 맡았다. 명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년 후배다.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했지만, 지난달 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박병대(62·12기) 전 대법관도 이날 두 번째 구속심사를 위해 오전 10시19분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심사도 양 전 대법원장과 같이 오전 10시30분 옆 법정인 319호에서 열린다. 박 전 대법관 역시 고등학교 후배의 재판을 담당했던 것이 정당한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전 대법관의 구속심사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첫 번째 영장은 기각됐으나 검찰이 한 달여간의 보강 수사 끝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지인인 고교 후배의 재판 기록을 불법 확인한 혐의 등을 두고 다투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를 마친 뒤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린다.
박은주 최민석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