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의 부친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벌어진 폭행에 대해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가 딸을) 죽으라고 때린 것 같다”고 말했다.
부친 심씨는 22일 방송된 MBC PD수첩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폭행이 벌어진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해 1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선수촌 격려 방문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심씨는 “3000m 계주 연습을 하던 중 석희가 다른 선수한테 ‘야 좀 늦어’라고 했는데 조 전 코치가 ‘네가 뭔데 걔한테 그런 말을 해’라며 끌고 갔다. 석희가 안 들어가려고 문을 잡으니까 손을 쳐서 끌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심 선수가 끌려간 곳은 라커룸이다. 동료 선수들은 훈련장에 남아있었다. 조 전 코치는 심 선수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구타는 15분 정도 이어졌다. 심씨는 “허벅지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서 석희가 의식을 완전히 잃고 쓰러질 뻔했다”며 “머리채를 잡힌 상태로 맞아서 쓰러지지도 못했다. 제가 봤을 때는 죽으라고 때린 것 같다”고 했다.
심 선수는 선수촌에서 도망쳐 나와 “또 맞았다. 죽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를 오빠에게 보냈다. 이를 전해 들은 심씨는 곧장 진천에 갔다. 심씨는 선수촌 근처에 있는 저수지부터 찾았다고 한다. 혹시 심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심씨는 얼어있는 저수지를 본 뒤에야 안심했다.
이때 조 전 코치는 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동료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조 전 코치가 식당에 들어선 것은 심 선수가 사라진 지 불과 30분 뒤인 오후 4시쯤이다. 조 전 코치는 자신을 찾아온 심씨가 “선생님 애 안 찾고 뭐 하십니까”라고 묻자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법대로 하세요. 혼자 안 죽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심 선수는 친구 어머니 A씨에게로 가 몸을 피했다. A씨는 “지금도 도망 온 날 석희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면서 “오자마자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약을 줬는데 2시간 있다가도 아프다고 하더라.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맞고 나왔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심 선수가 입고 있던 상의에는 폭행당하며 뽑힌 머리카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심 선수는 이후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후유증은 하필 올림픽 경기 도중 나타났다. 쇼트트랙 여자 1500m 예선을 치르던 중 발이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심씨는 “의사 선생님이 뇌진탕 후유증이었다고 하더라. 마침 그날 그 시간에 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9월 상습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심 선수가 “만 17세 때부터 4년간 성폭력도 당했다”며 조 전 코치를 추가 고소하면서 양측은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도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조 전 코치는 성폭력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